젊은 시절부터 찍어온 제주의 찰나, 엄선된 작품집
젊은 시절부터 찍어온 제주의 찰나, 엄선된 작품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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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표지.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표지.

제주도로 이주해 와서 헌책방을 연 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책방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건 사용하는 공간과 보유한 책의 양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 창고로 사용하는 처음 마련했던 노형동의 지하 공간과 그 옆에 추가했던 한 칸, 4년 전에 새로 마련한 지금의 삼도동의 지하 서점과 2층의 전시장…. 다 늘어나는 책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라지만 늘어나는 공간만큼 그에 따라서 경상비도 늘어가는 게 당면한 제일 큰 문제다. 그러다 보니 두 달 전에 냈어야 할 연세를 한 번에 내지 못하고 나누어 내다가 엊그제서야 완납하는 불상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생겼다.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이렇게 발등의 불이고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서 늘 마음을 비워야지 하면서도 막상 책을 인수해 가라는 연락을 받으면 공간이야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일단 차에 싣고 본다. 우리 같은 헌책방이 포기하면 바로 폐지 처리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주 고질병이다.

이렇듯 공간 문제 때문에 한 걱정을 하면서도 장서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의 연락을 받으면 역시나 버선발로 달려가게 된다. 얼마 전의 일이다. 몇 해 전에 우리 책방 소장 도서전을 열어 주셨던 저지에 있는 북갤러리 파파사이트에서 장서를 정리한다는 연락을 주셨다. 당연히 좋은 책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문을 해보니 역시나 박물관 등의 전시도록 등 귀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당시 밀린 연세 문제로 심란할 때라 소중한 책들을 만나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그에 상응하는 매입가를 어느 정도 산정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나의 속마음이라도 읽으셨는지 대표님이 팔 생각은 전혀 없으니 그냥 가져가서 꼭 필요한 분들이 잘 쓰셨으면 좋겠다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내가 그냥 책 수집가가 아니고 헌책방을 업으로 하는지라 그럼 돈 대신 다른 것으로라도 드리겠다고 하고 모두 인수해 왔다. 오늘은 그 책들 가운데 우리 제주와 관련된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그 책이 바로 사진작가 배병우(裵炳雨, 1950~ )의 사진집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다. 경주의 ‘소나무’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는 29살 때부터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 바람과 돌 등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고 그 가운데 엄선된 작품을 수록한 게 이 작품집이다. 작가를 대표하는 소나무는 32살 때부터 접했다고 하니 그보다 먼저 주목한 작품 주제가 우리 제주도였던 셈이다. 속지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를 그린 작가 친필 드로잉도 수록되어 있다.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속지에 실린 사진작가 배병우의 친필 서명과 드로잉.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속지에 실린 사진작가 배병우의 친필 서명과 드로잉.

한국의 정서를 상징하는 자연을 사진으로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Photo painter(사진 화가)’(최재천)라고 했던 작가는 오랫동안 찍어왔지만 ‘여전히 제주가 신비롭다’면서 그 ‘수천가지 표정은 평생을 찍어도 다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과거의 불미스러운 문제로 인해 얼마 전 도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 철거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던 작가지만 모쪼록 지금부터라도 잘 수신(修身)하셔서 ‘제주가 드러낸 찰나의 표정을 포착할 때마다 우주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신성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제주에 갈 것’이라는 약속은 꼭 지키시길 빈다.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제주도(濟州島)’(일본 PIE, 2014) 수록 작품.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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