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천국
‘가짜뉴스’의 천국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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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시인·작가

‘가짜뉴스’는 오보나 편향보도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

역사에도 그 사례는 많다. 백제 무왕이 지은 향가 ‘서동요(薯童謠)’도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한 ‘가짜뉴스’였다.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남몰래 사귀어 두고(他密只嫁良置古) 서동방을(薯童房乙) 밤에 뭘 안고 가다(夜矣夗[卯]乙抱遣去如).”

오천년 역사 속에서 독재자와 반체제 포퓰리스트 혹은 대부분의 정치꾼들은 ‘가짜뉴스’를 이용해 세상을 움직여왔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소련의 스탈리니즘 등은 교묘한 프로파간다(propaganda)를 통해 대중을 옭아매며 세상을 흔들었다.

1923년 관동대지진(關東大地震)의 대량학살(genocide)을 선동했던 정보는 ‘가짜뉴스’였다. 그 지진으로 사망자 9만9331명, 행방불명 4만3476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이 방화를 하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집어넣었다!’ 등의 ‘가짜뉴스’를 유포시키고, 학살이 시작됐다. 살해당한 조선인은 2500명이 넘는다.

미국은 4·3 발생 이후 제주도에 소련 잠수함이 출몰한다는 ‘가짜뉴스’를 근거로 4·3학살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소련 연계설로 등장하는 것이 소련 잠수함 ‘출현설’이다. 잠수함이 제주도 연안에 나타났다는 보고가 나올 때마다 외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런 ‘가짜뉴스’는 제주도를 소련의 전초기지이자 미국의 대소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간주하도록 하는데 기여했으며, 당시 미 관계자들에게 제주도 토벌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가 대통령 되면 광화문에 인공기 휘날릴 것”, “~당의 집권 못 막으면 전쟁 날 것”, “우리가 선거에 못 이기면 나라 거덜 날 것”,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에이즈 확산”, 이처럼 ‘가짜뉴스’는 긴박한 위기감을 유발한다. 사람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야 터무니없는 정보가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실 거짓정보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최근 들어 논란이 되는 것일까? ‘가짜뉴스’는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 기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신문·방송에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오면서부터는 페이스북, IT 기업들이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된다. 불량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불량식품을 가려내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처럼 ‘가짜뉴스’는 언론사의 오보나 편향보도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사용된다. 학계에서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폐기하는 추세다. 용어의 규정이 모호하고, 정치인들이 ‘정치적 선동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것을 대신해서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짜뉴스를 일부 언론학자들은 오역이라면서 “사기성 뉴스”, “기만성 뉴스”, “허위날조 뉴스” 등의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페이크 뉴스(fake news)‘라고 부른다.

어려운 이야기보다 단순한 이야기가 눈에 더 잘 띈다. 점잖은 표현보다 욕설 섞인 막말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개소리(bullshit)’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이다. 그냥 지껄이는 말들이 뱉어지고, 가공되고, 퍼지고, 받아들여진다. 점점 개소리는 만연하고 많은 일들이 개소리의 결과로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언론사에서 ‘가짜뉴스’의 경우에는 절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바로 ‘팩트 체크’이다. ‘가짜뉴스’ 사이트들은 허위 백신 사이트들과도 공통점을 갖는다. 워싱턴 포스트나 NBC뉴스 등 유명 언론사들의 도메인 뒤에 ‘.com’을 빼 버리고 ‘.ma’같은 엉뚱한 걸 넣거나 ‘.com.co’처럼 뒷부분에 ‘.co’가 추가된 도메인을 갖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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