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진화 중
영화는 진화 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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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지난주 제주 프랑스영화제에 단편경쟁 부문 심사위원장과 씨네마 포럼 발제자로 참여했다. 씨네마 포럼의 주제는 ‘영화 정의의 확장 및 비전’이고 필자의 발제는 ‘영화는 진화 중’이다. 

발제자 중 한 사람인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최근 전 세계에 이슈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254억원 제작비로 넷플릭스 자체평가 기준, 1조 이상의 부가가치를 올렸는데,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냐?’는 일갈이었다.

‘넷플릭스 가치가 상승한 것은 당연지사인데 엉뚱하게도 저작권 보호가 안 되는 중국에서는 공짜관람에 짝퉁상품으로 내수뿐 아니라 수출로 돈을 벌고 ‘오징어 게임’이 히트한 나라들도 나름 특수를 누리는데 정작 한국과 한국의 제작사, 창작자는 무엇을 챙겼는가?’라는 부분이다.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첫 번째는 영화의 진화이다.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최근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D.P’도 영화감독과 영화 인력들이 만든 작품이다. 이들 작품 외에도 최근에 히트 한 OTT 영화나 드라마 중에 영화인들의 것이 많다. 21세기 벽두부터 영화가 디지털 세계로 전환되면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장비와 기술에서 차이가 없어졌다. 플랫폼 시대를 맞은 지금은 영화 인력과 드라마 인력의 차이마저 없어지고 스와프가 자유로워진 것이다.

장비와 기술, 인력이 같아지니 러닝타임(상영시간)의 차이를 제외하고 보면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OTT 작품들은 전 세계와 경쟁해야 하니 한국영화의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고 한국인의 정서를 무기로 영화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 OTT 작품들을 영화로 볼 것인가? 영화가 아닌 것으로 볼 것인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출품을 칸영화제에서는 거부했었다. 심지어 ‘극장이 아닌 OTT로 개봉되는 것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선언까지 한다. 그럼에도 지금 세계의 많은 유력한 영화제들은 러닝타임과 영화적 요소를 감안하여 영화로 평가한다. 영화 정의의 확장, 영화의 진화인 셈이다.

영화의 진화는 소비자, 관객이 먼저 알아봤다. 관객은 극장이냐 플랫폼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3요소로 정의되었던 카메라, 스크린, 관객, 이 3요소를 현재의 플랫폼이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같은 시간에 미국인과 한국인이 보고 서로 느낌과 감상을 나눌 수 있으니 오히려 극장의 기능이 확대된 것이다. 이제 지구촌이 각각의 극장이 아니라 한 플랫폼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두 번째는 넥스트 한류를 위한 우리의 반성이다. 굿도 보고 떡도 먹는다는 말이 있다. 굿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인데 그것을 즐기는 것만으로는 모자라고 떡도 줘야 동참해서 봐준다는 우리의 문화,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지불가치에 대한 인색함이다.

과거 드라마는 방송국의 전유물이었다. 많은 다른 거대조직처럼 방송국은 철저한 갑이었고 드라마 공급자는 을이었다. 여기서 전해진 관행은 드라마 제작자와 창작자에게 박하게 구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딴따라’ 취급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케이블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등의 투자 환경에 이어졌다.

정말 맞비교하면 국내 대기업의 제작비 지불조건보다 넷플릭스의 지불과 계약이 더 창작자에게 합리적이고 만족스럽다. 넷플릭스를 욕할 일이 아니라 우리를 돌아봐야 할 일인 것이다. 영화에서는 작가, 배우, 감독이 기본 저작권마저도 인정을 못 받고 있는 한국의 시장구조에서 외국기업이 왜 쓸데없는 선심을 쓰겠는가?

현재 한국은 국내와 해외 플랫폼 간의 전쟁이 치열하다. 후발주자이면서 자본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플랫폼이 앞설 수 있는 대안도 여기에 있다. 그건 우리 스스로의 결함부터 고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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