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었다고 관두지 말고
나이들었다고 관두지 말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1.1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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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이었을까. 그렇게 세찬 바람이 부는 바닷길을 걸어 본 게.

11월의 주말, 가까운 이들과 우도 섬 길을 걸었다. 이 섬에 두어 차례 온 적이 있지만, 늦가을의 우도는 봄 여름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파도 일렁이는 해변을 따라 걷는 마음은 헉헉거리며 앞사람 등이나 엉덩이만 보고 올라가야 하는 산행과 달리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밤새 파도에 씻겼는지 바닷길은 먼지 한 방울 없이 깨끗했다.

작은 이륜차를 타고 달리는 20대 연인들의 모습이 너무 정겹고 또 부러웠다. 갑자기 작은 이륜차를 타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길가에 세워놓은 작은 이륜차 속을 훔쳐보고 있는데, 언제 내 뒤에 왔는지 후배 K박사가 “이거 속은 완전 오토바이네” 웃는다.

‘언제 꼭 저걸 타보리라’ 속으로 마음 먹고 다시 길을 걸었다.

▲오래 전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는 자동차 정비사 카터와 사업가 에드워드, 두 사람의 이야기다.

병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성격과 인생 여정 모두 완전히 다른 만큼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둘 다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 된 뒤 지나온 삶에 대한 회의에 사로잡힌다. 

둘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죽기 전에 하고 싶던 일들을 마음껏 해보기로 하고, 병원을 나와 여행길에 오른다. 

스카이다이빙, 카 레이싱, 문신 등으로 시작한 ‘버킷 리스트’는 점차 바뀐다. 눈물 날 때까지 웃기,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

그 여행길에서 카터가 에드워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해. 하나는 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다른 하나는 네 인생이 남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두가지라고 해.”

죽을 때가 되면 나는 ‘아무나’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나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모두 같은 잣대로 평가된다고 한다.

▲나이 들었다고 기죽지 말고 세상에 달관한 척 굴지도 말라고 한다.

나이 들었다고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내 나이가 몇인데 관두자” 식으로 억누르거나 나이가 많으니 점잖게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 건 인생을 쓸쓸하게 만든다고 한다.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이란 책을 쓴 일본의 세키 간테이는 언제나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여든 살이 마흔 살보다 건강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기 어렵다고 보는 건 난센스. 절대 스스로 시들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번 겨울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포차에도 가고 따뜻한 홍합 국물에 술도 마시면서 가끔은 불량소년이 돼 술집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겠다.

삶이 별건가. 어차피 모르는 거라면 아는 체 말고 흔들리며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올해 76세.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버킷 리스트’로 눈 덮인 킬리만자로 등정을 꼽았었다.

그런데 최근 그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손자손녀를 안아보는 거라고 해서 화제다.

세상에 온갖 염문(艶聞)을 다 뿌렸던 까닭일까. 킬리만자로를 가는 별난 체험보다 마음 속 응어리 풀기를 선택했다.

손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클린턴뿐이랴. 우리는 모두 정말 원하는 일이 뭔지 모르고 사는 수가 흔하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고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정신없이 내닫는 삶을 멈추고 진정한 꿈과 행복을 향해 삶의 좌표를 다시 설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이들었다고 관두지 말고, 가끔은 너무 가까이 있어 무심하게 버려둔 건 없었는지도 돌아보면서.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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