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소용돌이에도 낙원의 호수는 고요했다
분쟁의 소용돌이에도 낙원의 호수는 고요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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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북인도를 가다(15)
‘카슈미르의 샹그릴라’, ‘무굴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스리나가르는 전쟁 위험 지역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해 뜰 무렵 스리나가르의 상징인 달 레이크에서 한 현지인이 꽃을 실은 보트를 몰며 수산시장으로 가고 있다.
‘카슈미르의 샹그릴라’, ‘무굴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스리나가르는 전쟁 위험 지역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해 뜰 무렵 스리나가르의 상징인 달 레이크에서 한 현지인이 꽃을 실은 보트를 몰며 수산시장으로 가고 있다.

■ ‘카슈미르의 샹그릴라’ 스리나가르
스리나가르는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의 주도로 해발 1600m 젤룸강 연변에 있는 ‘카슈미르의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고원의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파미르 고원을 넘어 인도 방면으로 이어지는 첫 길목으로 ‘카슈미르 사우스’(Kashmir South)라고도 부르며 곳곳에 운하와 수로가 있어 보트 등 작은 배들이 주요 운송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시카라(shikara·인도식 곤돌라)의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라 깼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 고요한 새벽 호수를 깨우는지, 밖에 나가보니 해가 뜨려면 아직 이른 듯 사방은 조용합니다. 어제 자료집을 뒤지며 전쟁 위험 지역이라는 글을 너무 읽어 요란한 소리에 저도 모르게 놀라 깼던 모양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을 생각하며 왔다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는지 배 안이 소란스러워집니다. 누가 “새벽 수산시장이 볼만하다는데 가보자”는 데 수산시장이 어디 있고, 뭘 타고 나가야 할지 전혀 생각을 못했습니다.

하우스 보트에 머물 때는 사전에 배 주인과 보트 사용계약을 해야 새벽에 물안개가 자욱한 호수를 돌며 수산시장을 다니는 보트를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침에서야 알았습니다. 늦었지만 곤히 잠자는 배 주인을 깨워 “지금 보트를 빌릴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조금 있어야 사람이 나온다”며 기다리랍니다. 일어났으니 일찍 식사를 마치고 보트가 오면 오전에 호수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일행끼리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도 배낭여행의 재미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요리를 잘해 이번 여행 기간에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에 아무 탈 없이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인도 여행 때 가장 힘든 게 향신료가 가득한 인도 음식을 끼니마다 먹는 일이라고 합니다. 인도에 대한 경험이 있는 백기돈씨나 저는 요리 장비 등을 사전에 준비했고, 재료는 현지에서 샀기 때문에 점심을 제외하고는 직접 만들어 식사를 해결해 여러 가지로 편했던 것 같습니다.

보트를 타고 호수를 달리는데 사방으로 새들이 꽃 위를 낮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촬영하는 데 망원렌즈가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수초를 건져내는 아낙네, 보트를 타고 나들이하는 사람들, 호수 생활하는 사람들 등 호수가 없는 제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한참 동안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스리나가르 전경.
스리나가르 전경.

■ 마지막 코스 다람살라를 향해
호수를 돌아보고 스리나가르 지역의 유적 답사에 나섰습니다. 스리나가르는 ‘인도 철도의 종착점’이기도 해 더 유명한 도시입니다. 철도 교통편은 델리와 멀리는 콜카타와 뭄바이까지 연결될 만큼 이어져 여름철 인도 북부를 여행하는 주요 동선이기도 하답니다.

이 도시는 기원전 3세기 인도의 아소카왕 때 건설되기 시작했고 옛 도시 흔적은 현재 위치에서 동남쪽 약 5㎞ 지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6세기 후반에 힌두계 왕조의 프리바라세나 2세가 현지에 도성을 축성했으나 14세기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자 다른 곳으로 천도했습니다. 그 후 무굴제국 지배 아래에서 카슈미르가 속주가 되고 왕과 귀족들이 별궁(離宮)과 별장을 지으면서 스리나가르는 ‘무굴의 낙원’이라고 불렸답니다.

호수를 중심으로 자리한 유적 가운데 무굴 정원 ‘파리마할’이 있습니다. 샤 자한의 큰아들로 동생인 이우랑제브에게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자 다라 시코가 세운 파리마할은 무국제국의 종교적 관용성을 그대로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남은 유적들은 엣 절터와 이슬람 왕조, 무굴제국, 아프가니스탄 등의 지배받을 때 지어진 성채와 궁전들입니다. 이런 곳은 택시를 대절하고 현지인을 대동하지 않으면 위험해서 갈 수가 없다니 가까운 시내 유적지들을 오토 릭샤(인력거)를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여행 막바지라서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일행들이 돌아다니기를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혼자 다니기도 그래서 일행들에게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달 레이크(Dal Lake)가 얼마나 넓은지, 호수에 자라는 수초들을 제거하는 큰 수레바퀴를 단 배가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수초를 걷어내야 호숫물이 썩지 않고 걷어낸 수초는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니 일석이조의 효과입니다. 높은 곳에 오르면 달 레이크 전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택시를 대절해 인근의 산 위를 올랐으나 사방이 나무에 가려 한 부분만 보입니다. 넓기도 어마어마하게 넓은 호수인 듯합니다.

그만 들어가 쉬자는 일행들을 따라 숙소인 하우스 보트로 돌아오니 갖가지 물건을 실은 보트가 다가와 지역 특산품들을 잔뜩 펼쳐놓습니다. 스리나가르는 캐시미어 제품이 뛰어나고 견사나 양모를 쓴 융단 제조가 활발하며 금은세공, 비단 모직물 등이 유명하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한두 개씩 집어 구경하자 어디에서들 왔는지 여러 척의 보트가 몰려듭니다.  

2박3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스리나가르의 작은 일부를 본 것으로 일정을 마치고 새벽같이 다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다람살라를 향하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머리카락이 보관됐다는 하즈랏발 모스크.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머리카락이 보관됐다는 하즈랏발 모스크.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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