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추억
반딧불이의 추억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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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반딧불이를 개똥벌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딧불이는 꽁무니에 있는 발광기로 빛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조상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어두운 밤에 책을 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빛은 열은 없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빛을 내며 날아 다닌다. 알은 이끼 위에나 물가 풀숲에 낳는데 한 달 정도 지나면 애벌레로 깨어난다. 밤이면 우렁이나 다슬기를 먹고 자란 다음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다시 10일이 지나면 번데기가 성충이 되고 날개를 달고 땅 위로 나온다. 성충이 된 반딧불이는 물만 먹으며 일주일 정도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일생을 마친다. 

반딧불이를 마주하며 문득 유년시절 그리운 고향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총총히 별들이 온 천지를 수놓고 있는 고요한 시골의 밤,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반딧불이가 춤을 추며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시골 내음인가, 한 여름밤이면 반딧불이가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니며 마당엔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워놓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던 모습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위안을 준다.

내가 살던 시골 여름밤은 반딧불이 세상이었다. 아이들이 모여서 낯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마을 공터로 뛰어나와 공깃돌 놀이도 하고 고무줄 놀이하며 신나게 놀던 기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간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이에 빠져 신나게 놀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찾아들고 초저녁 어둑해질 무렵이면 엉덩이에 반짝거리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의 모습에 아이들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한다. 반딧불이를 재미삼아 쫓아 다니던 시절, 개구쟁이 친구는 도깨비 불빛이라며 놀려대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집으로 내달리곤 하였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동심은 그대로다. 그 시절 추억이 아름다운 건 때 묻지 않는 순수함 때문이다. 반딧불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풍요로움을 통째로 선물받은 기분이다.

반딧불이는 형설지공의 공로자다. 반딧불이의 불빛으로 글을 읽어 가며 이룩한 성공이란 뜻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갖은 고생을 하며 학문을 닦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처럼 반딧불이는 우리에게 훈훈하고 친숙한 곤충이었는데 환경오염으로 많이 모습을 감췄다. 안타깝게도 인공적인 빛에 가려서 반딧불이의 빛은 점점 잃어만 간다.

반딧불이의 생애는 약 열흘 남짓, 자신의 빛으로 사랑을 찾고 생을 마감하는 짧은 일생은 최선을 다한 후의 화려함이랄까, 한여름밤을 다 태우지 못한 생生이 한편으로는 애절하기까지 하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제 모습 그대로 보존될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반딧불이의 따뜻한 빛이 우리 가까이서 영원히 빛나길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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