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면허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모면허 어떻게 생각하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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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교사

지수는 학교에 안 나온 지 30일이 넘었다. 1학기에는 교실에서 좀 버티나 했는데 2학기에는 아예 하루도 학교에 오지 않고 있다. 물론 1학기 출석률이 좋은 것은 대부분 상담실에 있거나 쉼터에 있어도 학교 내에 있는 것으로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자율적으로 학교를 중단할 수 있는 의사와 학습권 관련하여 위클래스에만 있는 것보다 한두 시간이라도 교실에 들어가야 함을 알리고 힘들어도 학교생활을 하게 권유했더니 아예 등교하지 않고 있다.

아이와 상담을 했을 때 아이는 자퇴를 원하고 있지만 부모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부모의 희망이라고 한다.

사실 지수는 자살 시도를 할 만큼 정서적으로 힘들어하여 학교 지속보다는 병원 치료에 우선순위를 두고 부모님과 계속 상담을 진행해 왔다.

아이는 죽을 만큼 힘든 상황인데 부모는 참고 버티라고 하는 상황이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많이 힘듦을 알렸지만 부모는 생계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의 정서에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프면서 크는 거라고 한다. 부모도 청소년기를 힘들게 겪었다고 한다. 부모와 아이의 생각 차이가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한다.

부모가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아이를 학교에 데려오거나 데려가는 분도 있다. 그런 적극적인 면을 보여 주는 것도 아니고 늘 아이에게 바르게 살라고 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에게 좋은 모델링이 되고 있지는 않다.

학교에서는 아이가 장기결석하게 됨으로 혼디거념위기관리협의회를 통해 가정 방문과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찾아가는 부모 교육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매주 아이를 방문하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 하나 키우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민준이는 중학교 때 위클래스에서 거의 지내다 고등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잘 지낸다. 그렇지만 가끔 자기 의사에 맞지 않으면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친구이다.

민준이 엄마는 초등학교 때부터 열일 제치고 민준이만을 위해 올인한다. 귀한 아들이라 여러 학원으로 아이를 돌렸다. 영어, 태권도, 피아노, 미술학원으로 바쁘게 다녔다. 사춘기가 되면서 민준이는 엄마에게 반항하고 화가 나면 자해를 한다. 이런 민준이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엄마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할 때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봐 조바심을 내고 더욱 고삐를 잡았다. 결국 병원에 입원을 시켜서까지 엄마의 뜻대로 하려고 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엄마도 지치고 민준이도 지쳐가고 있다. 엄마는 이제 학교에만 잘 다니고 졸업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문제없이 학교 잘 다니는데 왜 우리 아이만 나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엄마와 상담을 하면서 그동안의 애씀을 공감해 주니 엉엉 울면서 하소연한다. 물심양면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따라주지 않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너무 무관심한 부모가 있는가 하면 너무 과한 엄마를 보면서 조금씩만 나눠 가지면 좋을 텐데 적당 선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점인 것 같다. 부모 되는 최소 기준점을 마련해 주면 어떨까?

관습법에 따르면 전문직이나 직업의 업무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고 공중보건, 도덕, 질서나 안전, 일반 복지 등에 밀접한 영향을 줄 때 입법부는 그러한 전문직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합당한 자격을 규정하고 시험에 의해 그러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수술을 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것을 요구받고 면허를 얻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부모 역할 면허가 없는 사람은 부모 자격을 주지 않으면 어떨까?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임 또는 교육을 못 시킬 때 우리는 모두 그 대가를 치른다. 나쁜 부모는 그들의 자녀는 물론이고 사회에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준다. 사회는 학대하고 방임하는 부모 역할을 예방하는데 많은 관심을 둔다.

면허 주기는 잠재적으로 나쁜 부모가 자녀를 갖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쁜 부모를 점차 좋은 부모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면허 주기는 모든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을 학습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모든 부모의 마음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따라주는 자녀와 좋은 부모도 아이와 함께 부모의 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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