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
팬데믹 시대,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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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한라중) 명예기자-소설 ‘멋진 신세계’를 읽고

코로나 겪으며 과학기술 역할 ‘의문’
극도의 문명사회 속 ‘역설’ 다룬 책
과학만능주의 경계 필요성 깨달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우리를 위협한 게 벌써 2년이 됐다.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는 감기보다는 조금 심하지만 금방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과학기술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으며 매일매일 코로나19 환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과학기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그동안 나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모든 불편한 점을 해결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 생각에 의문을 갖게 됐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1932년에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를 읽게 됐다.

약 90년 전에 쓴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사회를 그리고 있는 책을 읽으면서 제목과는 다른 디스토피아를 만나게 됐다.

대전쟁 이후 거대한 세계정부가 들어서, 모든 인간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며 이를 통해 세계인구는 20억명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은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그들의 지능에 따라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가 결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나뉘는데, 대체적으로 알파 계급은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엘리트 계층, 베타 계급은 행정 업무를 맡는 중산층, 감마 계급은 하류층에 해당하며 델타나 엡실론 계급은 단순 노동을 담당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전기 충격을 통한 세뇌로 각자의 신분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정해진 노동 시간을 끝내면 자극적이고 단순한 오락들로 시간을 보내며, 항상 소마(SOMA)라는 약을 통해 환각과 쾌락을 느낀다. 누구도 불만이 없고, 만인은 만인의 소유이며, 심지어 죽음까지도 무의미한 세계.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서는 모두가 다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세계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섬에 보내서 특정 사상을 이야기하지 못 하게 막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인 버나드 마르크스는 우연히 아직까지 이런 ‘문명사회’가 정착하지 못한 야만인 거주 구역으로 갔다가 야만인 존을 만나 이곳으로 데려온다. 

존은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처음 보는 놀라운 과학 문명에 감탄하지만, 자유를 빼앗긴 채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거짓된 행복에 점차 환멸을 느낀다.

결국 존은 “고통과 불행을 달라”라고 부르짖고는 홀로 외딴 등대로 가서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멋진 신세계’ 속의 문명사회는 우리가 추구하는 과학기술사회는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파멸케할 뿐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을 부정할 수도 없다. 우리는 싫든 좋든 단 하루도 과학기술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을 무조건 거부한다는 것은 억지이다. 다만 모든 것을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내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이며 그 중심에는 우리 인간들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 제주YA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함께합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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