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고갯길 지나 ‘지옥이 돼버린 낙원’으로
죽음의 고갯길 지나 ‘지옥이 돼버린 낙원’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0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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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북인도를 가다(14)
카르길을 출발해 위험천만한 고갯길 ‘조지 라’로 향했다. 얼마나 위험한지 ‘세계에서 아찔한 죽음의 도로’로 알려질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산사태가 나 도로가 막히자 중장비가 동원돼 복구하고 있다.
카르길을 출발해 위험천만한 고갯길 ‘조지 라’로 향했다. 얼마나 위험한지 ‘세계에서 아찔한 죽음의 도로’로 알려질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산사태가 나 도로가 막히자 중장비가 동원돼 복구하고 있다.

■ 진짜 분쟁 지역 ‘스리나가르’
‘인간에 의해 지옥이 돼버린 낙원.’ 이 한마디의 말보다 더 스리나가르와 카슈미르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여행안내서는 스리나가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분쟁 지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카르길이 ‘서남아시아 화약고’라면 스리나가르는 1990년대 이 땅 전체가 피로 물들었고, 특히 1995년 트레킹을 즐기던 영국인 여행자가 납치 살해된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아직도 여행객들에게 적극 권하기 꺼려지는 그곳, 스리나가르를 향해 우리 일행은 길을 나섰습니다.

강을 건너 카르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저 평화스러운 곳이 전쟁의 화약고란 말인가?’하고 긴 한숨이 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생각하다가 밖을 보니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험준한 비포장 길을 위험스럽게 달리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삭막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땅, 그런 땅에도 멀리 유목민들의 텐트가 보이고 양과 야크들은 인간이 벌이는 전쟁 위협도 모른 채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차라리 너희 팔자가 상팔자다.’ 별생각을 다 한다고 혼자 웃고 있습니다.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에 있는 마지막 검문소.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에 있는 마지막 검문소.

■ 아찔한 죽음의 도로 ‘조지 라’
해발 3530m의 가파른 산을 지그재그로 넘어가는데 그 유명한 ‘조지 라’(Zoji La)로 들어간답니다. 처음 듣는 지명이라서 물었더니 라(La)는 고개를 의미해 조지 고개(Zoji Pass)라는 뜻으로 ‘세계에서 아찔한 죽음의 도로’로 소개될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얼마나 험한 고개길래 ‘세계에서’란 말이 붙을까 싶어 굉장한 풍경을 기대하며 차창 밖을 열심히 살피는데 조금 가더니 차가 멈춥니다. 위험스런 도로 한쪽으로 차들이 길게 늘어섰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습니다.

앞쪽에서 산사태가 났는지 중장비가 올라갔는데도 차들은 꼼짝 않고 있어 여행자들은 왔다갔다 난리지만 현지주민들은 늘 겪는 일인 듯 느긋합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서로가 앞다퉈 가려는 듯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도로는 원래 군사적 목적으로 산비탈을 깎아 만들어져 매우 위험하답니다. 1970년에 설악산 등반을 갔을 때 강원도 인제와 속초 구간 도로가 생각났습니다. 그 길도 군사용 도로라 반대쪽에서 차가 오면 한참을 서 있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지 고갯길은 정상적인 상황일 때도 시속 10㎞ 정도로 천천히 차를 모는데 사방에서 크고 작은 돌들이 떨어지기도 하는 매우 위험한 도로입니다.

이 고갯길을 두고 이슬람 문화권과 티벳 문화권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서쪽으로는 소나마르그에서 스리나가르로 이어지는 이슬람권, 동쪽으로는 드라스와 카르길의 티벳 문화권입니다.

동쪽은 가파른 산악지대로 황량하고 삭막한 풍경이지만 서쪽은 갈수록 울창한 산림과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행들은 이제야 안심이 된 듯 ‘휴~’하고 긴 한숨을 내쉽니다. 가슴 졸이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다들 마치 죽다 살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카르길에서 출발해  8시간 만에 도착한 스리나가르 달 레이크. 커다란 호수 주위로 수상호텔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은 전쟁 위험 지역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낙원처럼 보였다.
카르길에서 출발해 8시간 만에 도착한 스리나가르 달 레이크. 커다란 호수 주위로 수상호텔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은 전쟁 위험 지역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낙원처럼 보였다.

■ 전쟁 위험 지역?…평온한 ‘달 레이크’
카르길에서 출발해 8시간 만에 스리나가르에 도착, 우선 숙소인 달 레이크(Dal Lake)에 있는 하우스 보트로 가기 위해 호수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커다란 호수 주위로 수상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주변 산이 설산이라고 했는데 날씨가 뿌연 상태라 그런지 눈 쌓인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새파란 호수, 길게 늘어진 수로를 따라 날렵한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보자 여기가 ‘전쟁 위험 지역’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인도는 위험하다’, ‘스리나가르는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막상 현지에 가보지도 않고 인도에 대해 선입견을 품게 하는 말들입니다.

스리나가르와 관련해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나 인터넷상 글 등을 살펴보면 위험 지역이니 여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이는 조금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글을 올린 사람들이 당시 처했던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제가 둘러보고 있는 이곳 스리나가르는 평온하기 그지없는 낙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를 벗어나면 위험 지역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제가 있는 달 레이크 지역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18㎢의 면적을 자랑하는 광활한 호수는 스리나가르의 상징입니다. 작은 보트를 타고 도착한 수상호텔은 아늑합니다. 지금까지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 또는 삭막한 곳에서 숙박하다가 오랜만에 물 위에서 잠을 잔다니 기분부터 확 달라집니다.

짐을 풀고 느긋하게 앉아 호숫가로 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술 한 잔 마시는 기분, 이것이 낙원이 아닐까요(오지기행치고는 너무 호사스러운가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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