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문화도시, 그 의미
제주와 문화도시, 그 의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4.25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승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문화는 인간의 생활양식이라 정의한다. 생활양식은 개인 중심에서 시작하여 가족, 친족 간의 상하 관계나, 사회 구성원들과의 수평 관계에서 습득한 것을 후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말한다. 즉 문화는 의식주를 비롯해 언어, 풍습, 종교, 예술, 제도 등 모두를 지칭한다. 이것은 문화의 넓은 의미이다.

좁은 의미에서의 문화는 문학과 예술에 관련되는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문화생활, 문화시설, 문화행사 등에 사용되는 용어이다. 이렇게 볼 때 제주가 문화도시가 되었다는 점은 좁게는 예술의 섬이요, 넓게는 제주인의 삶의 방식이 세계인들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7일 열린 문화도시 개막식은 그러한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광장이 되었다. 개막식 행사에서 제주는 해녀 춤, 일본의 나라시에서는 북춤, 중국의 닝보시에서는 우렁각시 공연을 함으로써 3국의 문화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보여주었다.

필자에게 관심 있었던 공연은 우렁각시 공연이었다. 한국의 우렁각시 내용은 가난한 총각이 우렁이 속에서 나온 여자와 금기를 어기면서 혼인했으나 관원의 탈취로 파탄이 생긴다는 것이다. 닝보시의 우렁각시는 가난한 농사꾼 남성과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전승되는데 신이한 부인담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한중일에서 전승되고 있으니 오래 전에 전파되었다고 생각된다.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한반도와 중국, 일본의 문화교류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였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대의 이러한 문화 교류의 플랫폼 역할은 오늘날도 같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로 사람과 자본이 교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렁각시 설화를 문화사적으로 보면 한·중·일 문화의 동질성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벼농사를 짓는다. 벼농사는 당연히 물이 필요하다. 물에는 고동이 살고, 물이 썩으면 고동이 정화시킨다. 또한 단백질 제공용으로 요리를 해 먹기도 한다. 따라서 여인이 고동을 출입한다는 것은 남편과 만남을 전제한 것이고, 남편이 고동을 음식으로 먹는다는 것은 아내와 한 몸이라는 의미이다.

아내가 부엌일을 담당하고 남편이 논일을 담당하는 것은 서로의 성 역할이 다르다는 의미이고, 시어머니와 생활을 같이하는 것은 혼인 방식으로 볼 때, 여성은 남편의 가족과 삶을 영위한다는 부처혼(夫處婚)가족 제도의 반영이다.

일정 기간 동안 기다려 달라는 아내의 간청인 금기를 무시한 결과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설화 속 공간이든 오늘날의 공간이든 금기를 어겼을 때 불행한 일이 닥친다는 예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관원으로 나타나는 권력자가 아내를 빼앗아가는 것은 고대적 요소만이 아니라 시대를 이어 오늘날까지 권력의 형태가 바뀌면서 전승되고 있다. 춘향전에서 악인으로서의 관원은 변사또가 대표적이지만 오늘날 어떤 드라마든지 갈등의 삼각관계에서 악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권력, 재력 등이 원인이 되고 있음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우렁각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지 않다. 전승될 수 있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가 동아시아의 구성원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문화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문화는 수용할 수도 있지만 배척할 수도 있다. 우렁각시는 배척한 사례를 보여준다.

제주의 자연은 속성으로 보아 벼를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건천이어서 물이 고이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도의 기층문화는 밭농사 중심이고 조와 보리가 그것이다. 벼는 후대에 들어왔다.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 전승되는 우렁각시가 문화의 수수관계와 전승 경로를 암시하고 있다.

제주의 해녀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으로 작업하러 다니면서 제주문화를 이식시켰을 것이다. 문화도시 사업을 시작으로 제주에서 찾을 수 없는 제주 문화의 고대 요소를 주변국과 비교를 통해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