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의 4‧3시인, 필생의 서정 시편
촌철살인의 4‧3시인, 필생의 서정 시편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1.11.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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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서정시집, '수선화 밭에서'

촌철살인과 피 냄새 나는 4‧3시인. 그가 필생의 서정시편을 묶어냈다. 김경훈 시인의 서정시집 ‘수선화 밭에서’다.

제주시 동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조선시대 이래 연륙 포구이자 제주 유림의 본향으로 이름 높던 ‘조천’은 특히 일제강점기, 해방공간에서 제주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문기가 서린 포구마을이기도 하다.

김 시인 역시 그러한 고향의 문기를 물렸는지 조천 사람다운 냄새를 지녔다.

그 냄새가 포구의 그건 그의 DNA 속에 흐르는 조천의 전근대를 지나 해방공간 역사의 옷깃에서 묻혀 온 냄새가 틀림없으리라.

그가 써낸 피비린 4‧3의 시어들은 날 것 그대로의 언어들이었다.

그의 시어들은 바로 비인(非人)을 제압해야 했기에, 무척이나 날카롭다. 찔리면 내상이 깊은 위험한 칼날의 언어들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에 그의 시만 접한 독자들이나,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대단히 과격하거나, 거친 시인으로 기억할 듯하지만, 사실 그는 지극히 정이 많은 시인이고 눈물도 많은 시인이다.

그랬기에 그는 제주섬이 아파할 때마다 신열을 앓는다.

그의 여린 섬세한 신경세포들이 섬과 그 자식들이 아파하는 것을 모르는 체하지 못했으리라.

그런 그가 자칭 ‘서정 시집’을 냈다.

굳이 ‘서정’을 강조한 이번 시집에서 그는 저간의 시선을 다분히 자부 자분한 시어들로 시편들을 엮었다.

물론 몇몇 시편들에서는 여전히 촌철의 시어들이 행간을 채우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가 그간 간간이 써뒀던 자칭 서정시들과 새 시집을 묶기 위해 최근에 써낸 시편들까지 그의 섬세한 시선과 정 많은 심성을 실은 언어들로 채워졌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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