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광풍 속에 가족 관계마저 뒤틀린 유족들이 반세기를 훌쩍 넘은 한을 풀어놓는다.
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소장 허영선)는 4일 오후 2시 제주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4·3 73주년 기념 스무 번째 4·3증언본풀이마당을 연다.
올해 주제는 ‘나의 뿌리, 4·3의 진실 – 내 호적을 찾습니다’다.
증언본풀이에 나서는 강순자씨(78)는 4·3 때 잃은 아버지와 호적상 남이 돼버렸다.
묘를 파야 관계를 증명할 수 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강씨의 슬픔이 증언본풀이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날 예정이다.
또 평생 아버지를 찾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김정희씨(72)와 오랜 투쟁 끝에 아버지를 되찾은 오연수씨(73)도 증언본풀이를 통해 각자의 한 맺힌 사연을 전한다.
제주4·3연구소는 2002년부터 매해 4·3 체험자들이 직접 겪은 기억을 풀어내는 4·3증언본풀이마당을 열고 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 형제를 잃고 그들과의 연결고리인 호적조차 뒤엉킨 채 일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며 “그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4·3으로 잃어버린 자신의 뿌리는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