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약사범 급증세,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제주 마약사범 급증세,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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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중독전문가

경찰 등 수사기관에 검거된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 관련 사범이 지난해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기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제주에서도 최근 5년째 마약을 밀수하거나 투약하다가 적발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제주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타 시·도에 비해 비교적 마약 청정지대로 여겨져 왔었다. 그런 청정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지역 사회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경찰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모두 95명에 이른다. 이는 2016년 50명, 2017년 49명, 2018년 33명, 2019년 60명, 올해 6월 말 기준 23명을 검거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5년 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주요 검거 사례는 2019년 12월 마약류(필로폰) 약 4.32㎏(약 12만명 투약분)이 들어 있는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말레이시아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몰래 반입한 말레이시아인이 제주세관에 적발된 바 있다.

또 올 4월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마약류를 판매한 중국인 5명과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해 투약한 내국인 22명이 제주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지역에서도 마약류를 밀수하거나 투약하는 마약류 범죄로 인한 단속 건수가 증가 추세에 있어 이제 도민들도 마약을 ‘이 시대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마약류 복용자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 마약류 복용자의 직업군이 다양화되고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마약류 복용 연령이 점차 연소화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부분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마약류 남용으로 인한 사회 문제는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마약류의 국내 반입이나 국내 생산 및 유통은 미비한 상태이고 이를 규제할 수사기관마저 없는 상황이어서 마약류 남용 문제는 일부 사회 부유층이나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 등 사회 특수계층 사이에서나 유행하던 특수한 문제로 치부됐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약류 남용은 사회 일부 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회사원, 농어민, 학생, 가정주부, 외국인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점차 그 침투 폭이 넓어지고 마약의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한편 마약류란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에 대하여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며(의존성), 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고(내성), 중단할 경우 신체적 고통과 부작용이 있으며(금단증상),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마약을 하는 동안은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무아지경 속에서 마약류 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강·절도와 처방전 위조 등 부수적인 범죄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강간이나 폭력 등 환각 상태를 이용한 집단범죄를 저지르거나 쾌락을 상상하며 쉽게 자살 또는 타살행위에 이르는 등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 또한 마약의 확산을 막고 국민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마약류의 제조, 수입, 매매,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특히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마약 약물에 관한 한 안전지대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전국 각지의 청소년들이 필로폰에 중독되어 있고 신종 마약에도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는 등 더 이상 제주는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마약은 모든 사람에게 해롭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특히 해롭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상적인 체험 욕구와 호기심, 과대한 행동충격, 내적 불안, 성욕 불만 등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은 마약 판매로 폭리를 얻으려는 어른들의 유혹과 속임수에 넘어갈 우려가 매우 크기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 통계도 마약류 약물사범 중 50% 이상이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청소년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인기 연예인이나 기타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까지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일부 청소년이 사리분별을 흐리고 있어 큰 문제다.

마약중독자는 흔히 치료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치료도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모든 마약 제조, 공급, 투약자가 사라지고 중독자가 건강한 삶을 되찾을 때까지 우리 모두 냉철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되면서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게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 마약은 개인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건강을 멍들게 한다.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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