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를 악용하는 병역면탈, 준엄한 입법으로 대처해야
제도를 악용하는 병역면탈, 준엄한 입법으로 대처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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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인구절벽으로 병역자원이 해마다 줄고 있는데 2021년 6월 현재 지난 5년간 군 징집 대상 장정의 국적 포기자가 3만명을 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도피 병역기피자 533명 중 병역의무를 다한 대상자는 겨우 13명이라 한다. 

그동안 병역행정이 투명해지고 개선된 것은 반길 일이나 합법적 병역면탈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고위 정·관계 인사 및 재계 집안의 장정뿐 아니라 전문 직종, 연예인, 운동선수 가릴 것 없이 퍼져 있다. 고위 공직자 본인과 가족의 병역면탈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마다 단골 메뉴가 될 정도다. 이들의 병역면제 비율이 다른 계층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이 취약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문제의 중심에 제도를 악용한 병역면탈이 있다.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하수(下手)의 꼼수’로 고의적 어깨 탈구와 무릎 연골 수술 등과 같이 징병신체검사의 약점을 이용하는 수법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병역면탈 상수(上手)의 수법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한 지도층의 합법적 면탈이다. 유학생 등 해외 장기체류 인원 중 전시근로역 편입대상으로 사실상 병역면제를 받은 인원은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2011년 29명이었던 인원은 2021년엔 6월 기준 63명까지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소수라 여겨선 안 되는 ‘미래’ 지도층 인사의 사회 문제로 볼 중요 사안이다. 국민개병제 정신이 훼손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이 능사는 아니나 병역의무 기피에 관한 한 가혹할 정도로 엄할 필요가 있다. 현행 병역법 제71조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한 사람, 국외에서 체류하고 있는 사람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의 경우 38세부터 입영의무가 면제된다. 그것도 2011년도 법 개정을 통해 기존 36세를 38세로 2살 올린 것이다.

왜 그렇게 우리나라 대학교, 재벌가, 연구기관 지식인 및 사회지도층에 병역면제가 많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공부하다가 외국으로 나가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려면 적어도 나이가 30대 중후반이 된다. 과거에는 36세, 지금은 38세까지만 버티면서 학위 받고 경력 쌓아 귀국하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25년 넘게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으니 크게 남는 장사다. 

지금처럼 여권 발급 제한이나 형사고발, 인적사항 공개 수준 정도로 단속할 일이 아니다.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입영의무 면제 나이를 현행 38세에서 50세로 대폭 올리는 게 맞다. 일부 특권층의 병역 불공정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노여움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병역의무는 핵으로 무장한 120만의 적과 대치 중인 정전체제 분단국의 공정성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빠지고 다른 젊은이들이 전선을 지키면 된다는 부도덕한 사회가 돼선 안 된다. 군인복무규율에 따르면 전쟁의 승리는 오직 단결된 힘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단결된 힘은 공정한 병역의무로부터 시작된다. 법과 제도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2010년 북한군 연평도 폭격 도발 시 청와대 B-1벙커 비상대책회의 참석자인 군 통수권자를 비롯해 참석자 대부분이 병역을 면제받은 자들로 구성되어 충격을 준 바 있었다. 불공정하고 비상식적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청년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병역면탈 문제를 다룬 필자의 칼럼을 읽은 여성 청년 인턴이 전한 남동생의 일화다. 미국에서 장기간 공부하다 귀국한 동생이 군 입대를 위해 심장수술을 두 번 받았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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