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제주
페미니즘과 제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24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관후 시인·작가

페미니즘(feminism)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학문이자 운동이다. 과거 제주여성영화제에서 폐미니즘 영화가 수장한 적이 있었다. 강유가람 감독의 ‘시국페미’가 요망진 작품상을 수상했는데, 여성혐오에 맞서 싸우는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혐오에 대해 페미니즘 진영의 절박한 목소리들을 드러내면서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여성들만의 구호가 아닌, 동시대를 사는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핵심 가치가 바로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유래한 말이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온 여성들이 사회가 정해 놓은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한다.

노르웨이 작가인 게르드 브란튼베르그(Gerd Brantenberg)의 페미니즘의 고전소설 ‘이갈리아의 딸들(Egalias Dotre)’은 ‘남자가 사회적 소수자라면 어떤 세상이 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현실의 여성독자들에게 통쾌할지 몰라도 여성들이 원하는 나라는 아니다. 또한 남성독자들에게 불쾌할지 몰라도 남성들이 그 면면을 부정할 수 없는 나라다. 결국 이 소설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묻는다. 우리에게 원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이냐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 미국에서 1960년대 말부터 널리 알려진 페미니스트 구호다. 공사 영역의 분리는 남성 권력을 강화한다. 공적 영역에서는 남녀가 평등한 척하지만은 사적 영역에서는 남성 우월주의가 바뀌지 않고 있다. 1969년에 결성된 페미니스트 단체인 ‘붉은 스타킹(Red-stockings)’은 좀 더 간명하게 “만약, 모든 여성이 똑같은 문제를 공유한다면, 이 문제가 어떻게 개인적일 수 있겠는가? 여성의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여성들의 ‘의식 고양(consciousness-raising)’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제주해녀는 페미니즘과 공동체 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제주해녀문화’가 2016년 12월1일터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제주해녀는 ‘여성생태주의자’(Eco-Feminist)이다. 기계 장비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바다와 공존하며 여성 공동체를 유지한다.

2018년 6월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들로 ‘난민 수용’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난민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취지의 집회가 열리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에 70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보통 난민 남성이 먼 이국땅 한국에 먼저 도착하면 터를 잡고 남은 가족들을 데려온다. 그러니 예멘 여성의 입장에서, 예멘 남성은 잠재적인 성범죄자라며 수용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고마운 일일까?

페미니즘 운동은 다른 인권 운동과 따로 갈 수 없다. 예멘의 상황과 이슬람 문화에 대해 여성 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무조건 반대하고 차별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근거 없는 오만이다. 난민 남성은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난민을 향한 혐오일 뿐이다. 한국인 페미니스트로서 해야 하는 일은 난민을 수용하고 난민 여성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예멘 난민 성비(性比)만 보고 난민 남성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운동으로 여성과 남성 간의 벽을 만드는 배타적인 형태의 사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본래의 페미니즘은 현재 우리나라 인식 속의 페미니즘과는 크게 다르다.

조선 시대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유교사상을 겪었다. 이후 독재정권의 3S정책 등으로 여성은 필요에 따라 상품화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서구보다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도 성차별의 원인을 심화시키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대중문화로 인해 불평등이 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정의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정치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객관적인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남성과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목적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닌 ‘양성평등주의’가 더욱 올바른 표현이다.

본래 양성평등의 의미가 강한 페미니즘은 우리나라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상이다.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로 몰고 가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 페미니즘은 성 평등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또한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남성, 성 소수자 등 모두가 천부인권을 지닌 평등한 존재임을 말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