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수출 가격을 고민해야 할 시기
농수산물 수출 가격을 고민해야 할 시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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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전 무역협회 제주지부장

올해 9월까지 제주도 수출은 1억612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수출 물량도 105% 늘어난 3만9024t으로 역대 최고치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과거 최고 수출 실적인 2018년 1억8000만 달러를 초과한 2억 달러가 예상된다.

수치상으로는 2018년 정점을 기록한 후 최근 2년간 정체됐던 전기전자제품, 특히 모노리식집적회로 수출 회복에 따른 것이다. 이 한 품목 수출 실적이 전체 수출 실적의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제주 특산품 등 농수축산물이 24%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왜냐하면 농수축산물 수출 금액이 2012년 8300만 달러 이후 계속 6000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나라별로 보면 수출 상위 5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홍콩, 중국, 미국, 베트남이 증가했다. 홍콩, 중국, 베트남은 최근 5년간 전자전기제품 주요 수출국이다. 미국은 넙치류가 매년 800만 달러 정도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올해 넙치류 수출 1위 국가가 일본이 아니고 미국이라는 점이다.

일본 수출은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과거사 문제, 코로나 등을 내세워 수출 감소를 애써 외면할 수는 없다. 제주도 특산품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출 1위 품목인 넙치류는 매년 감소하여 올해 420만 달러라는 역대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소라, 전복, 백합, 파프리카, 톳, 붉조기 등은 이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감귤 농축액도 올 들어 감소로 접어들었는데 제주 기업 수출보다 일본 기업 한국지사에서 보낸 금액이 대부분이다.

제주도 농수축산물 수출 실적이 8300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 일본 수출 금액도 최고치인 6200만 달러였다. 지난해 2000만 달러로 급감하더니 올해 현재 1200만 달러를 겨우 넘겼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 전체 수출에서 농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나 된다. 일본은 제주도 농수산물 수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인 것이다.

그러나 전체 농수산물의 일본 수출 비중은 2012년 75%에서 지난해 31%, 올해 현재 25%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수출 비중이 11%에서 32%로 높아지고 베트남, 홍콩 등에 넙치류와 돼지고기가 수출되고 있으나 일본 감소액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수출국 다변화가 아닌 농수산물 일본 수출 급감 자체가 전체 수출에 영향을 준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 수출은 최근 10년 동안 매년 감소하고 있다. 매년 금액은 10%, 물량은 9% 감소했다. 일본과의 수출입에서 수출 규제나 반일 감정 등 비경제적인 요소를 수출 감소 요인으로 내세웠으나 실제적으로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1차 산품 자체의 한계 상황, 내수 위주의 판매 성향, 품질과 가격 간 비합리성, 청정 이미지 위주의 마케팅 전략 등이 보이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농수산물의 경우 품목별로 다소 상이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수산물이 역대 최저 물량임에도 금액은 견조한 증가세다. 농산물의 물량은 역대 최고치이나 금액이 급증하지 못하고 있다. 수산물이 지난해보다 수출 가격을 훨씬 높게 받고 있는 반면 농산물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것이 원인이다.

수출 물량이 늘어나야 수출 금액도 증가한다. 더 나아가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에 머물지 말고 고부가가치화나 고품질로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 기존 수출 상품 고령화에 따른 동력 상실도 현실화됐다. 1차 산품의 신규 수출은 쉽지 않다. 수출의 틀도 변화시켜야 할 시기이다. 수출액 위주에서 제주만의 전통과 매력을 가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내수와 수출을 구분해선 안 될 것이다. 이미 모든 기업이 국제 경쟁력에 직면해 있고 이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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