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암동굴 규모‧다양성 희소가치 높아"
"제주 용암동굴 규모‧다양성 희소가치 높아"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1.10.17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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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인 김련 박사 인터뷰(6)
1992년 동굴동아리 가입 후 제주와 인연 지속
제주의 용암동굴 규모와 다양성 보존 가치 높아

30년 가까이 전국 동굴을 누비는 ‘동굴 사나이’가 있다.

제주 출신 지질학자 우경식 강원대학교 교수를 사사한 그는 지질학 박사 과정을 밟던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우리나라 최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던 순간 함께 있었다.

1992년 대학 시절 처음 제주를 찾아 동굴을 연구한 뒤 계속해 제주를 찾아 동굴과 연을 맺어온 그는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문화재청 세계유산축전 개최지가 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활용에 대한 자문을 맡기도 했다.

본지는 지난 9일 세계유산축전 특별탐험대 자문 차 제주를 찾은 김련 박사(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천연기념물분과) 전문위원)를 만났다.

김련 박사가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우리가 문화유산인 경복궁이나 석굴암을 보존하듯 자연유산인 동굴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자연유산을 관광지로 보는 경향이 크죠. 자연유산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련 박사는 1992년 강원대에 입학한 첫 해 동굴 동아리(강원대학교 동굴연구회)에 가입하면서 처음 동굴과 연을 맺고 같은 해 제주 용암동굴을 찾았다. 이후 그는 현재까지 29년 간 제주 등 전국을 찾으며 동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김 박사는 동 대학원 지질학 석사를 마친 뒤 박사 과정 초입에 있던 해 스승이던 우경식 교수를 따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TF 팀에서 활동했고, 회의 날짜 조율, 동굴 관련 탐사 및 현장답사, 영상 촬영 등 총무 역할을 맡았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 과정을 지켜본 경험은 김 박사에게 동굴에 대한 가치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에 대해 “참 기쁜 일이었다. 제주 자연유산의 가치를 전 세계에서 인정해준 것”이라며 “세계자연유산 자체가 전 세계 희소성에서 가장 높고 보편타당한 우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보호하자며 이를 그 정부에서 지켜달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그는 전국 동굴을 탐사하고 나섰다.

일년에 집보다 출장을 가 있을 때가 많고, 제주의 경우 매년 지역 동굴 조사, 탐사, 자문, 심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 박사는 제주 동굴의 특징에 대해 “제주는 현무암으로 된 용암동굴이며 타 지역 대비 규모가 크다.

만장굴은 통로만 해도 20m가 넘는다.

3~4층 빌라 높이로 여러 동이 있을 정도의 규모고, 지하 깊이 다층 구조를 가졌다”며 “용천동굴과 당처물굴은 용암동굴이지만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종유석, 석주, 석순 등이 꽉 차있다. 용암동굴 내 생길 수 없는 석회암 성분이 띄는 건데, 이는 제주 바닷가 바람이 불어 동굴 내에 조개 껍데기, 홍조류 등 생물의 파편이 용암동굴에 쌓이며 생긴 거다. 이런 특징의 규모, 다양성, 밀집도는 전 세계에서 제주가 일등이다. 그 희소성이 너무 높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용천동굴에서는 고고학적인 흔적이 나온다. 김녕동굴과 용천동굴이 서로 막히기 전까진 누군가가 들어왔을 걸로 보인다. 자연유산뿐아니라 문화적으로서도 시너지를 가진다”며 “해외 용암동굴 학자들은 어음리 빌레못동굴, 수산리 수산동굴, 협재리 소천굴 등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장굴 앞에 선 김련 박사. 사진=김련 박사 제공.

김 박사는 지난해와 올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서 제주에서 열린 세계유산축전 특별탐험대 자문을 맡았다.

그는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으로부터 지난해 6월 문화재 지정구역 부분의 상부를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을 자문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그는 현장을 돌면서 축제 운영 측에서 개발한 불의 숨길 코스를 걸었다.

만장굴을 통과할 때와 벵뒤굴을 통과할 때 길의 안정성 등을 심의한 그는 제주 세계자연유산 활용 가능성에 긍정했고 일부 동굴에 민간인 중 최소 인원을 선정해 5명 이내 사람들이 수직을 타고 동굴 입구까지 나가는 경험을 할 시 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육적 경험을 할 것이라고 자문했다.

이후 그의 연구 팀은 지난해 9월 세계유산축전 특별탐사대 자문을 맡게 돼 운영 사무국 인력과 세계유산부 담당공무원 등과 함께 동굴 답사 이후 강평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국민을 대상으로 세계유산축전 동굴 탐험 참여자 모집 결과 관심은 뜨거웠다.

‘세계자연유산 특별 탐험대’는 550명 모집에 8608명이 신청해 1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공개되지 않은 구간을 탐방할 수 있는 ‘만장굴 및 김녕굴 특별 탐험대’는 252명 모집에 3432명이 신청해 1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만장굴 전 구간 탐사대’는 신청자 790명 중 단 6명이 선정되면서 131대 6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리고 올해 세계유산축전에서도 자문을 맡으며 동굴 조사를 진행했다. 동굴 탐험 신청자 또한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축제 전날 코로나19에 따른 문화재청 권고로 축제가 전면 비대면 전환되면서 국민이 직접 현장을 찾진 못했다.

김 박사는 세계유산축전의 의미로 “세계유산축전은 국비로 국민들이 전국 세계유산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행사다. 문화유산에 치중돼 있던 지원이나 행사가 최근 자연유산으로 넓혀져가는 초기 단계에 있다”며 “문화재 보호의식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간 온도차가 아직 크다. 삼성혈과 같은 문화유산 지역에 쓰레기를 버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이가 있나.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혼을 낼 거다. 하지만 만장굴은 관광지라는 인식이 커 소리를 지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이도 있다. 자연유산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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