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춤의 무대화를 위한 탐색과 실천 
제주 춤의 무대화를 위한 탐색과 실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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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 2021 무형문화재대전의 제주 ᄌᆞᆷ수굿 ‘海’와 무용연출가 고춘식

인류에게 있어 춤은 원초적 산물이다. 인간은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장단이나 흥에 겨우면 팔다리와 몸을 움직이며 뛰노는 몸짓을 표현했다.

예기(禮記)의 악기(樂記)편에 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즐거워서 말을 한다. 말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므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불러도 만족하지 못하므로 노래를 목 놓아(탄식하며) 부른다. 노래를 그렇게 불러도 만족하지 못하므로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고 발을 구른다.”(樂記 第十九之)

이 구절은 인간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신명이 언어에서 노래로 그 다음 춤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문화양식이자 본능적 행위였다. 다만 이를 수용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 지역의 문화적 정서와 가치를 오랜 세월 동안 반영하며 지속, 발전시키는 경우 우리는 ‘전통’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게 된다.

제주도는 ‘섬’이라고 하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과거, 중앙으로부터의 정치, 문화적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따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고유의 무속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해마다 신당에서 제의적 연행, 즉 당굿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영등신에게 해녀들의 안전과 풍요를 비는 ᄌᆞᆷ수(해녀) 굿은 제주 특유의 해녀 신앙과 생활문화를 담고 있다. 그 외에도 제주신화, 즉 본풀이와 관련된 다양한 놀이와 멜(멸치)작업에서 연유된 일 놀이나 노동요 등은 소중한 제주의 전통문화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무속 또는 민속에서 제주 전통춤의 근원적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제의적 공간, 즉 굿의 현장이 아닌 일반 공연무대, 특히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굿춤이나 민속춤이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연 그 이상의 연출, 미학적 안목이 요구된다. 제주 굿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서부터 이를 무대 환경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부언하면 제주 춤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적 가치와 몸짓의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 위한 연출자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무형문화재 태평무 이수자이며 제주도립무용단 지도위원을 역임한 고춘식은 전통춤의 안무와 연출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무용인이다. 그는 3년 전 전통예술 보존 및 지역문화예술의 육성을 위한 작품 개발을 목적으로 무용예술원 ‘예닮’을 창단하였다. 그 해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예닮’은 ‘이어도의 숨비소리(제주해녀춤), 꽃 비바리춤, 제주 물허벅춤, 가락춤 등 제주 전통춤의 재현과 창작에 꾸준한 성과를 보여 왔다. 그의 춤은 일견 섬세하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군무의 경우 화려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한다.

지난 10월 9일 전주에서 열린 2021 무형문화재대전에서 ‘예닮’은 ᄌᆞᆷ수굿과 한국무용을 결합한 춤극 ‘海(水+人+母)’를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은 전부 일곱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비념으로 시작하여 초감제, 새ᄃᆞ림, 신청궤, 나까시리놀림, 요왕맞이에 이어 가락춤으로 마무리한 이번 공연은 제주굿을 중심축으로 고춘식의 창작무가 곁들여졌다. 지난해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그가 연출한 총체 무용극 ‘숨비소리’에 비해 이번 전주공연은 무엇보다 굿춤의 미학적 표현에 집중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제주가 해양, 무속문화의 주요 거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주 춤의 현장은 그리 풍요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 탓도 있겠지만 창작에 대한 의욕과 열의가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언급했듯이 대중적으로 딱히 내세우기에 빈약한 제주춤의 현실을 딛고 이번 공연이 창작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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