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언어 품위,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의 언어 품위,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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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9일은 575돌 한글날이었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뜻을 기린 날이다. 전 세계에 고유한 글을 가진 나라는 20여 국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채택하는 나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늘날 한글의 힘을 말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우리 경제와 K팝 등 전 세계에 파고든 한국 대중문화의 위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 어느 민족의 언어보다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과학적 음운체계를 갖춘 한글 본연의 우수성이 인정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국제회의에서도 당당히 10대 실용 언어 반열에 들었다.

이런 우리말이 정작 우리 안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는지 돌아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한글이 천덕꾸리기처럼 취급받는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뤄지는 ‘한글 파괴’도 심각하다.

정체불명의 단어와 이상한 약어 등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비속어와 은어, 국적불명의 신조어 등도 한글을 훼손하고 있다.

본지 기자가 한글날을 앞두고 제주시내의 한 노래방의 안내문을 살펴보았더니 각종 비속어와 비표준어가 사용되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당기시오’라는 안내를 하며 “x발! 글 못 읽냐 개쉐이야” 등의 비속어가 쓰였고 가게 내부에도 퇴실 시 지갑과 우산, 휴대전화를 꼭 챙길 것을 강조하며 “쇼뱔! 잣댈 뻔 했다!” 는 식이다.

SNS 상에는 더 심각하다.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를 비하의 어조로 이르는 말인 ‘잼민이’와 ‘어쩔래?’라는 단어에 아무 의미 없는 ‘티비’를 붙인 ‘어쩔티비’, ‘존나 버티다’의 줄임말인 ‘존버’ 등 줄임말과 신조어가 난무한다.

이런 줄임말과 신조어를 이른 바 ‘인싸용어’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인싸용어’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가 사용하는 언어를 뜻한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 소통 단절의 주범이 되고 있기도 하다.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 ‘맘충’(극성 엄마) 등 듣기만 해도 아찔한 은어들도 판을 친다. 게다가 거리 곳곳에는 한글이 한 자도 없는 간판들이 수두룩하다. 이래서는 자랑스러운 우리 글을 자취 없이 잃어버리는 비극은 시간문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다. 나라말 파괴가 속수무책으로 진행되는 세태가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우리 언어의 품위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런 세계문화유산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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