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림픽의 일본 자체평가
2020 올림픽의 일본 자체평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1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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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아이고, 말도 맙서(마십시오). 이젠 끝났으니, 속이 시원하여 날아지쿠다(날 것 같습니다).”
북해도에 사는 외사촌이 일전에 잠시 다녀갔다. 2020 도쿄올림픽을 어떻게 치렀는지, 끝나고 나니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여 물어봤었다. 서슴없이 나오는 대답이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유기체끼리 관계의 연속이며, 그 관계는 마디마다 평가를 받는다. 태어나면서부터 평가를 받는다. 산부인과의 저울에 올려 몸무게를 잰다. 성장하면서 각종 대회에 참여하게 되고, 상(賞)을 받는다. 수·우·미·양·가 형식의 평어로 성적을 평가받기도 한다. 즉, 사회는 유기체이며, 사회적 관계의 행사 또한 평가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올림픽도 겉보기는 축제이다. 전쟁을 멀리하려는 의도적 대행 행사이니, ‘흠잡기 평가’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수고 많았다,’ ‘좋았다’라는 의례적 상투어로 넘어가려 하는 한다. 

도쿄는 올림픽을 두 차례 치렀다. 제18회 하계올림픽(1964)이 첫 번째이다. 원자폭탄을 두 군데 얻어맞고 항복한(1945) 후 19년 되던 때이다. 그 때 일본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불과했었다. 올림픽을 치르고 난 후 일본은 세계 GDP의 18%를 차지하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 올림픽으로 경제를 도약시켰다. 57년 전(1964) 올림픽에 대한 르네상스를 꿈꾸며, 2020 올림픽을 유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얻어맞아 2021에야 겨우 그 무거운 짐을 벗게 되었다. 일본 총리(아베 및 스가)는 밝은 표정이 TV에 비친 적이 없다. 행사는 준비과정을 즐겨야 하는데, 특히 스가 총리는 늘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올림픽의 공식 명칭은 올림픽게임(Olympic Games)이며, 게임은 스포츠이다. 스포츠의 3요소는 건강, 경기 그리고 관객이다. 관객이 없는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 올림픽은 또한 잔치이다. 이웃 나라 한국의 대통령도 참석할 수 없는 외교적 관계를 지닌 주최국 일본이다. 성공적 행사를 위한 근신·정성은 고사하고 한국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실언까지 적당히 넘기려 했던 일본이다. 

살다보면 온갖 행사를 치르게 마련이다. 돌잔치도 행사이며, 결혼식·가족의 장례식도 행사이다. 이 모든 행사를 치르고 나서 귀에 들어오는 ‘수고 많았다·좋았다’라는 밝은 말만 듣고 평가해서는 아니 된다. ‘귀에 닿는 말’로 치른 행사를 평가하려 말고,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느낌’으로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후회되는 부실(不實)이 보이면 좋은 자체평가이다. 지나간 일도 오는 일로 이어진다(往者過來者續)<論語>.

‘장병(長病)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효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오래 앓게 되면 부모에 대한 마음조차도 지쳐간다. 내 마음은 내가 안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 리가 없다. 아무리 지쳐도 겉으로 내비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가 부모의 장례를 당하게 되면, 누구든 후회가 가슴을 후려친다. ‘좀 더 잘 해 드렸어야 했는데…’ 어떤 일을 마쳤을 때, 후회 혹은 쾌재가 마음속에 피어나게 마련인데,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다른가?

자체평가를 모르면 무지한 사람이다. 자체평가는 두 가지 갈래가 있다. 지나고 나면 ‘~이면 더 좋았을 걸’하고 후회의 가닥들이 떠오를 수도 있고, ‘시원하게 잘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앞의 것은 그나마 한 가닥 발전적이나, 뒤의 경우는 무지한 사람이다.

2020 올림픽이 끝난 지금,
모든 일본인들에게 묻는다.
솔직히 대답해 보시오.
“이제 속이 시원하지요?”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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