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샹그릴라…인도 속 이상향의 불교 왕국
마지막 샹그릴라…인도 속 이상향의 불교 왕국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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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북인도를 가다(10)
라다크 지역 최대 도시 레(Leh)로 들어서자 곳곳에 거대한 사원들이 들어서 있어 가슴이 설렜다. 사진은 스피툭곰파라고 불리는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이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탑과 마니석이 즐비하다.
라다크 지역 최대 도시 레(Leh)로 들어서자 곳곳에 거대한 사원들이 들어서 있어 가슴이 설렜다. 사진은 스피툭곰파라고 불리는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이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탑과 마니석이 즐비하다.

■ 마침내 레(Leh)에 이르다
길고 긴 히말라야 산맥을 다 넘은 듯 평탄한 도로를 달리자 곳곳에 타루초(불교 경전이 적힌 깃발)가 내걸리고 초르텐이라고 불리는 하얀 탑이 길가에 세워졌습니다. 높은 언덕에는 사원들도 보여 이곳은 인도보다 티벳 문화가 더 짙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산을 넘어오면서 늦은 시간 때문인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면 정신없이 달리는 차 속에서 바라본 ‘레’(Leh)는 지금껏 봐온 인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불교문화권임은 한눈에 엿볼 수 있습니다. 레 지방의 사람들은 라닥키라고 불리는 민족으로 아리안이나 드라비안 계통의 인디언과는 분위기가 다른 동인도 지방의 아싸미들과 비슷한 인도 속의 색다른 인디언들이라고 합니다.
인도의 샹그릴라 레,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릴라 레.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길 탕그랑 라(해발 5360m)를 지나온 우리 일행을 반기는 라닥키들의 순박한 웃음 덕분에 레는 첫인상부터 좋았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 험한 산길을 넘어와 힘들었는지 퍼져버렸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밖으로 나가 보니 아기를 옆구리에 안은 건지 등에 업은 건지 바쁘게 걸어가는 라닥키 여인이 보여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자 아기 엄마는 포즈를 취해 주려는 듯 가던 길 멈추고 저를 바라봅니다.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의미로 카메라를 흔들어 보였더니 그녀는 웃기만 합니다.
그렇게 웃기만 하던 라닥키 여인은 큰 눈을 깜빡이며 다가오더니 아기를 보여주며 돈을 좀 달라는 듯 손을 내밉니다. 아마도 우유 살 돈이 필요한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보자기에 싸인 아기는 겨우 주먹만 하고 깡말라서 휑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모습을 찍어야 하는데’ 했지만 차마 카메라를 들 수가 없어서 그냥 돈을 조금 건네려는데 한 일행이 다가와 “그렇게 돈을 주다가는 당하지 못 해요. 인도는 가는 곳마다 아기를 앞세워 돈을 달라고 하니 명심하세요”라고 당부합니다. ‘그래도 아기가 너무 불쌍한데….’ 어쩔 수 없이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큰길로 나가 보니 곳곳에 등산장비점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서인도 왔을 때 가스버너에 쓸 가스를 사려고 가는 도시마다 줄기차게 찾아도 볼 수 없었던 등산장비점이 이곳에서는 즐비합니다. 알고 보니 이곳 레에서 남 히말라야 쪽 산을 오르는 코스가 있다고 합니다. 등반은 주로 가을 시즌부터 시작해 지금은 비시즌이라 남 히말라야를 찾는 트레커들을 안내하고 있답니다.

시내는 오후 시간이어서 그런지 뿌연 먼지가 자욱해 남 히말라야 모습은 볼 수 없고 조금 높은 곳에 올라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멀리 강 주변에만 파란 숲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라다크 지역은 연평균 강우량이 84㎜밖에 안 되는 극도의 초건조 지역이라 입술이 트거나 손이나 발바닥, 심할 때는 얼굴까지 갈라지는 일도 있으니 다닐 때 조심해야 한답니다. 

시내 거리에서 한 현지사람이 마니차를 들고 불경을 외면서 걷고 있다.
시내 거리에서 한 현지사람이 마니차를 들고 불경을 외면서 걷고 있다.

■ 탐진치 삼독
저녁에 모처럼 일행이 모여앉아 지금까지 온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참 잘 왔다”며 소주 한 잔으로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레 지역은 사방에 사원이 있어 택시를 타고 찾아다녀야 할 듯한데 그 비용이 꽤 비싸서 될 수 있으면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현지 사람들과 그들의 사는 모습도 볼 기회가 많을 것 같아 저는 찬성한다고 했지만 여성 일행들은 너무 더워 걷기 힘들다며 택시를 이용하자고 합니다. 일행이 다 타려면 택시를 두 대나 빌려야 하고 예약한 시간에 관람하기도 어렵다고 설득했지만 ‘그래도 타고 다니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날 택시기사가 안내한 사원들을 찾아갔지만 사원마다 스님들이 보이지 않아 “스님들은 모두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토굴에서 기도 중이랍니다. 레 지역에 사원이 얼마나 많은지 전부 찾아다닐 수는 없을 것 같아 대표적인 사원을 가보기로 하고 다니는데도 벌써 지쳐버렸습니다. 

여행 때마다 느끼고 경험하며 ‘다시는 과한 욕심 부리지 말자’ 다짐하지만 막상 여행지에 가면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 어제 길잡이가 “극도로 건조한 지역이니 조심하라”고 당부했음에도 사원 구석구석을 다니며 촬영하다 보니 몸이 녹초가 된 듯 축 늘어져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탐진치(貪瞋癡), ‘욕심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부처의 삼독(三毒)의 가르침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렇게 욕심내며 촬영해서 뭐에 쓰려고 그러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원에 갈 때면 속으로는 ‘많이 보고 오래 보고 깊이 보면 뭔가 느끼는 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촬영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한나절에 몇 개의 사원을 돌아다녔더니 “더 갈 필요가 없다”며 숙소에서 쉬겠다는 일행들을 남기고 혼자서 다시 산 위에 있는 옛 왕궁으로 향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거리 곳곳에서는 흰색의 크고 작은 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는 흰색의 크고 작은 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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