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병 ‘보훈예우 조례’ 제대로 마련하길
학도병 ‘보훈예우 조례’ 제대로 마련하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0.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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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민숙 의원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제주 학도병을 위한 ‘보훈예우 수당지원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다.

16~18세 어린 나이에 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 제주 학도병들의 불굴의 용기와 위국헌신(爲國獻身)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를 처연케 한다.

6·25전쟁이 발발한 그 해 가을. 대정중학교 재학생 350여 명 중 279명이 전쟁터로 향했고, 제주고등학교 전신인 제주농업중학교 학생 145명도 같이 총을 들었다. 이 뿐만 아니다. 애월중, 오현중, 서귀포농업중, 성산중, 한림중, 중문중 등 도내 거의 모든 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태극기로 머리띠를 두르고 전선으로 떠났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이름 모를 산하(山河)에 몸을 뭍히고 끝내 고향 제주 섬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중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단 2명의 학도병이 참전유공자가 되었을 뿐이다. 이들의 명예와 공로를 이렇게 70여 년간 내버렸다가 이제야 이런 ‘조례’를 마련한다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관련 기관들이 모두 나서 정말 제대로운 지원 조례를 마련하기 바란다.

제주 학도병들은 공부하던 책과 연필을 던져두고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다며 군번도 없이 전쟁에 나간 ‘군인 아닌 군인’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국제법상 징집이 금지된 18세 미만 소년·소녀들이었다.

물론 이들 학생들이 참전한 것은 무슨 대가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조국을 구해야겠다는 애국애족의 충정(衷情)뿐이었다. 그들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며 전쟁터에 나간 용기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어린 소년 소녀들을 전쟁터로 향하게 해놓고 보훈(報勳)을 등한시 하는 것은 절대 부당하다. 이 나라와 이 사회는 이들에게 막대한 부채를 졌다. 이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소생시키는 밀알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학도병들을 보훈하지 않고서 어떻게 ‘국가’라고 말할 수 있나.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앞장서 총을 들겠는가.

대정중은 2015년부터 이 학교 학도병을 위한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해마다 전쟁터로 떠났던 선배들을 추념한다. 중문중과 제주고등학교도 기념비를 세웠다. 최근엔 애월중이 총동창회 지원으로 대정중을 방문해 학도병 추모공간을 둘러보고 추념비 건립에 착수했다고 한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두려움과 맞서 싸우면서 포화 속에 뛰어든 어린 학생들의 이야기를 후세에 전해주면서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길이 간직해 나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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