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소철 사춘기 빨라졌다...도민 안전 위협 시그널
[창간특집] 소철 사춘기 빨라졌다...도민 안전 위협 시그널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1.09.3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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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아닌 위기] 1. 동‧식물이 예고하는 자연재난 일상화
일상 주변에서 각종 식물-동물 서식-행동 패턴 변화 어렵지 않게 체감하게 돼
폭우.폭염.태풍.가뭄 등 자연재난 잦아지고 심각해져, 농업분야 피해 등 가속화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단순한 기후의 변화가 아니라 위기다. 바뀐 기후가 도민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있다. 폭염과 홍수 등 기후재난이 빈발하면서 도민생활의 안전이 취약해지고 있다. 동식물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또 다른 피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본지가 창간 76주년을 맞아 3회에 걸쳐 기후위기 실태를 진단하고 대책 방향을 고민한다. [편집자 주]

 

도민들의 일상이 기후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놓였다.

도민들은 이제 기후위기 상황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식물 생장이나 동물 서식에 예전에 없던 현상이 목격된다.

 

꽃 피는 패턴 달라지고 없던 새 나타나고

최근 본지가 제주시 가로수 소철 61그루를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42.6%가 개화했다.

과거와 달리 소철이 꽃을 피운 모습이 목격되는 상황으로 기후변화 영향의 일부다.

소철은 일반 식물과 달리 성목이 되기까지 20~30년이 걸리다 보니 개화를 보기가 어려웠는데 온난화로 성장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가 빨리 찾아온 것이다.

용설란도 같은 이유로 개화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을 지낸 김찬수 박사(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온난화로 소철, 야자수, 종려나무 등 손바닥(palm) 식물이 빨리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소철이나 용설란이 100년에 한 번 꽃핀다는 속설과 관련 김 박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늦게 크는 탓에 개화를 보기가 어렵던 시절 만들어진 오해다. 소철도 성목이 되면 매년 꽃을 피운다. 용설란도 비슷한데 다만 용설란은 한번 개화 후 죽는다고 덧붙였다.

봄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가을에 느닷없이 꽃피는 불시개화 현상도 흔해졌다. 잦은 태풍 내습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은 나무가 후계를 남기려는 본능적인 생리작용의 결과다.

불시개화 수종도 벚나무와 올벚나무목련매화배나무철쭉진달래 등으로 다양해졌다.

아열대 조류의 제주 출현도 빈번해졌다물꿩과 붉은부리찌르레기붉은해오라기부채꼬리바위딱새검은슴새열대붉은해오라기긴꼬리때까치검은이마직박구리 등이 해당한다.

과거 물꿩은 길을 잃고 제주에 머물렀지만 이젠 번식까지 한다. 2006 8월 용수리에서 물꿩 한 쌍이 새끼 4마리를 부화하는 데 성공했다우리나라에서 물꿩의 첫 번식 사례다.

붉은부리찌르레기도 2002년부터 제주에 온 후 2007년 한림에서 국내 처음으로 번식했다.

동면을 하는 양서류도 기후변화 파고에 휩쓸렸다제주도롱뇽과 북방산개구리가 각각 12월 중순과 1월 산란을 준비하는 모습이 확인됐다양서류의 산란시기가 빨라졌다는 징후다.

 

자연재난 일상화, 도민 안전은 위협 속으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태풍, 가뭄 등 자연재난이 심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제주에서 태풍과 강풍, 집중호우로 발생한 재산피해만 74억원에 달했다.

하천 범람이나 주택 침수, 강풍 시설 피해 등이 속출했다.

그 중 폭우 피해 확산이 광범하고 빠르다. 도로 침수는 일상화했다.

과거 설치된 도내 도로의 우수관은 대부분 시간당 최대 40강수량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훨씬 강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우수관 용량이 못 따라가고 있다.

제주 기상관측이 시작된 1924년 이래 강수량은 10년마다 15씩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강수일수는 오히려 1.8일 감소했다그만큼 강우강도가 세졌고 시간당 50이상도 흔하다.

태풍 피해도 꾸준히 늘고 있다. 행안부 재해연보에 따르면 2012년 태풍 볼라벤과 덴빈, 산바, 지난해 링링 등이 내습할 당시 제주는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분류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최근 10(2009~2018)간 전국 자연재해 피해액은 36281억원에 달한다. 원인별로 태풍 16826억원(46.4%)과 호우 15146억원(41.7%), 대설 2408억원(6.6%), 지진 983억원(2.7%) 순으로 피해액이 많았다. 피해 복구액만 77095억원에 달했다.

농업 피해도 가속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21세기 말(2071~2100) 제주에서 감귤 재배가 불가능하고 강원도에서는 가능해진다.

작물에 따라 병해충 발생 위험도 급증할 전망이다. 고추역병과 탄저병, 양파 흑색썩음균핵병 등 발생률이 증가하고 월동외래해충 발생도 늘고 있다. 병해충 세대수도 급증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쇠퇴도 기후변화와 태풍이 주요 원인이다.

덩굴류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산림청 조사 결과 칡과 환삼덩굴, 가시박 등으로 인한 전국 산림 피해 면적이 45000(전체 산림 633)에 달했다. 전남(2125), 경남(2788) 등 남부지역 피해가 컸고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는 제주(2106) 피해도 작지 않았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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