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강우일 주교 “제주 갈라놓은 자본의 힘, 수눌음 정신 회복해 극복해야”
[창간특집] 강우일 주교 “제주 갈라놓은 자본의 힘, 수눌음 정신 회복해 극복해야”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10.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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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제주인] 3. 강우일 베드로 주교
강우일 베드로 주교가 지난 28일 천주교 제주교구 현해관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제주 공동체 회복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강우일 베드로 주교가 지난 28일 천주교 제주교구 현해관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제주 공동체 회복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현재 제주 공동체는 코로나19 사태와 갈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감염병으로부터 도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는 유대와 공존에 기인한 제주인 특유의 공동체 정신에 적지 않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욱이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은 채 제주 공동체를 흔들고 있다. 본지는 창간 76주년을 맞아 제주 공동체 회복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강우일 베드로 주교(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와의 대담을 진행했다.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 제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 바이러스 극복은 의료진이나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든 생각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신종 플루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겪었고, 그때마다 두려움과 위협을 느꼈지만 결국 극복해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분명 이전의 바이러스보다 빠르고 널리 확산됐지만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중증에 이르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이 백신도 접종했으니 전시 상황만큼의 긴장과 걱정보다는 안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분들과 자영업자다. 정부가 강경하게 제재하하면서 발생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회복해야 한다. 국가가 제한하고 법적 조치를 취했으니 국가의 책임이 상당하다. 행정당국은 어떻게 하면 실업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 감염병 위기는 미래 제주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 불가피하게 원격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교는 우리 사회의 어느 영역보다도 방역이 잘 돼 있다. 실제 아이들의 코로나19 확진 비율은 상당히 낮다.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의 등교를 막는 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학교를 간다는 것은 지식의 전달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만 서로가 감정을 주고받으며 자라난다. 

이를 막은 지난 2년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보상해줄 수 있을까. 바이러스로 등교를 막는 건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위드 코로나,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제주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인 거리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도 가로 막았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가 끊기면 인간으로서의 존재 의미도 희미해진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심리적 거리, 정신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종교인과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보다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행정당국도 그동안 시행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로 초래된 부작용을 어떻게 다시 원상 복구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사회 모두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팬데믹 이전부터 제주는 다양한 갈등으로 분열돼 왔다. 각종 대형 개발은 거센 반대에 부딪혀왔고,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 제주인들은 옛날부터 끈끈하게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타지로부터 유입된 자본이 제주인을 갈라놓았고, 결국 경제적인 이윤 추구를 위해 각자가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기 시작했다.

대형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도민이 갈라서서 대립했다. 자본의 무서운 힘이다. 자본은 국적도 없고, 형태도 없지만 오로지 돈의 힘으로 사람을 갈라놓고, 돈의 노예로 만든다. 세계 어디서나 나타나는 문제지만 제주는 가족 공동체처럼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유대를 가지며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다시금 제주인들이 수눌음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정마을과 제2공항 사례를 보면 과거 같이 제사를 지내고, 왕래하고, 형제·친척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외면하고 있다. 돈 벌어 큰 집을 산다고 한들 인간관계가 끊기고, 서로 외면하고 대립한다면 이게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도민들이 이제 대자본에 대해 굉장한 경계의 시선과 준엄하고 엄격한 시선으로 판단해야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정을 나누는 끈끈한 인간관계다. 재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한 집안의 형제, 자매, 남매가 같이 어우러져 서로 돕고 살 수 있는 가족을 물려주는 게 가장 큰 선물이다.

덧붙여 대형 개발로 인한 갈등만큼 환경 문제도 중요하다.

제주에 온 지 20년이 돼가고 있다. 그 사이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자연 파괴다. 개발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수만 그루의 나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길을 만드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지키는 일이다. 용천수는 사라지고, 식수 수원지는 오염되고 있다. 이는 미래 제주에 굉장히 심각한 위협이다.

제주를 개발하면 할수록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집과 건축물이 지어질 것이다. 결국 지하수를 더 많이 퍼 올려야한다. 이는 도민을 포함한 제주 생명체 전체에 근원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 제주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뉴제주일보가 해야 할 역할은.

- 언론의 첫 기능은 경제력이나 정치력이나 정보력 등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을 감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력을 감시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특히 주인의식을 갖고 세상을 만들어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타인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키는 정신적 능력을 키워주는 게 언론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담=고경호 기자 정리=김나영 기자 사진=임창덕 기자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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