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개(犬)는?
우리에게 개(犬)는?
  • 부남철 기자
  • 승인 2021.09.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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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에서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제주지역에는 애저회라는 음식이 있다. 출산되지 않은 자궁 안의 새끼돼지인 애저를 사용해 회로 먹는 제주지역 토속 음식으로 50대 이상에게는 새끼회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기자도 기자생활을 하면서 몇 번 맛을 본 적이 있다. 애저회를 판매하는 식당도 꽤 있었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당시 애저회를 놓고 찬반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익히지 않고 날로 먹었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 제주에서만 거의 발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애저회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이를 판매하는 식당을 본 기억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관련 부처의 검토를 주문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또다시 ‘개 식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30일 김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 내용이 포함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 문제에 대한 논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중심이 돼 보신탕을 먹는 한국문화를 공격하더니 프랑스 여배우 브릿지 바르도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내에서는 나라마다 전통적인 음식 문화가 있기 마련인데 시비를 거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반론이 많았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도 개 식용은 논란거리였다. ‘보신탕’이라는 이름이 ‘사철탕’, ‘영양탕’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도 이런 논란에 따른 것이었다.

개 식용에 대해 관용적이던 국민 정서가 상당히 변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주지역에서 이를 판매하는 식당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대한 소비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 주변에서도 반려견을 키우면서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대선 주자들도 개 식용 금지 문제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국민 정서의 변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선 주자들 또는 대선 캠프 측이 일관되게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 식용 금지를 추진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요즘은 많이 뜸해졌지만 여전히 개 식용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지난달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하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1년 안에 육견산업을 금지하면서 전업을 지원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개 식용에 반대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저는 개 식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 식용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육견협회는 지난 28일 문 대통령의 발언을 “망언이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주영봉 협회 사무총장은 이날 모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개 식용은 우리의 오랜 역사고 문화고 팩트다”라며 “식용 개는 축산법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쭉 가축이었고 그 고기는 축산물이었고 전업농이 나오는 등 자랑스러운 우리 것이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지 않아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방송에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개 지위는 반려동물로 다 옮겨갔다. 개 키우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인식이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라며 애완견, 식용견으로 구분할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동물단체나 육견단체가 모두 개 식용 금지가 현실화하려면 육견업계를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통된 입장을 보인 점이다. 

개 식용 금지가 사회적 인식이나 국민 정서·의식 변화에 따른 대세라고는 해도 개 식용이 우리나라의 오랜 관습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사육농사들로서는 생계와 관련된 일이므로 다수가 원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금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의와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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