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사회적 관심 필요
청소년 흡연, 사회적 관심 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9.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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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중독전문가

지난 8월 여주에 사는 10대 청소년 4명이 60대 할머니에게 담배를 대신 사오지 않는다며 위안부 소녀상 추모 꽃을 이용해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여주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폭행죄로 입건 수사 중에 있으며 이들을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지르는 등 도 넘은 범죄행위가 매스컴을 통해 빈번히 다루어지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흡연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학교 398개교, 고등학교 395개교 등 총 793개교 5만4948명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6차 2020년 청소년건강형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담배(궐련) 현재 흡연율은 남학생 6.0%, 여학생 2.7%이었고, 고등학생(남 10.1%, 여 3.8%)이 중학생(남 1.9%, 여 1.5%)에 비해 높았다. 더욱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흡연율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흡연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청소년 비행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고 청소년 흡연 실태의 경향도 흡연 인구의 증가와 함께 흡연 시작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담배와 담배 연기에는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을 포함하여 40여 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벤젠, 벤조피렌, 페놀과 같이 잘 알려진 발암물질과 청산가리, 비소 등의 독극물도 포함되어 있다.

담배는 어느 누구에게나 해로운 유해물질이지만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에게는 더욱더 해롭다. 의학적으로나 사회·문화적인 가치관으로 보더라도 청소년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다.

아동·청소년기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아무에게도 간섭받기 싫다는 반항의식을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호기심도 왕성하여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어른들만의 영역으로 허용된 ‘금지된 것’들을 접하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다. 반면 충동적이고 폭발적인 모습 이면에 따뜻한 관심으로 자신을 지도하고 아껴줄 사람을 애타게 갈구하는 것이 이 시기 청소년들의 심리이기도 하다. 결국 집 안에서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 한 청소년들은 밖으로 겉돌게 되고 비슷한 사정의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흡연과 같은 잘못된 습관을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청소년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흡연은 폐암을 비롯해 심장병,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기타 육체적 건강에 결정적인 해악을 끼치게 되고 정신건강 저하, 환경오염, 경제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등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청소년들은 아직 신체적 발육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 있어 모든 세포조직이 약하기 때문에 흡연을 하게 되면 건강상 치명적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청소년이 담배 연기에 노출되거나 계속적인 흡연을 하게 될 경우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면에 해악을 미치는 담배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주위에서 흡연을 권할 경우 거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기를 원하고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하여 강렬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시기이므로 온갖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특히나 어렵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주된 동기는 흡연을 통해 성인 세계를 체험하고 또래 집단 사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이 시기의 특징적인 욕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흡연은 이러한 욕구의 실현을 위한 간접적·수단적인 성격을 띠며 흡연과 음주가 보편적인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약물’ 남용이야말로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손쉽게 성인 세계를 모방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청소년이 담배를 접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금지된 영역에 들어가 보고 싶은 강력한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불합리한 현실 세계를 잠시나마 탈출하는 기쁨을 누리지만 청소년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원초적인 명령만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금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과 학교에서 흡연의 유해성을 제대로 가르치는 한편 말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그들을 위해 우리 성인들이 몸소 실천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는 한 청소년의 흡연율도 계속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령을 위반하면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일부 몰지각한 상행위를 근절시키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더욱이 청소년들이 담배에 의지하지 않고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고민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인내심과 자비심이 뒤따르지 않으면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청소년 흡연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가정과 사회의 문제이다.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성인들이 먼저 금연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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