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는 절대시간에 만들어진다 
아우라는 절대시간에 만들어진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9.23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윤 박사 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

한밤중에 깨어나는 시간
깊은 밤인데 자신도 모르게 잠에서 깨어난다.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꿀처럼 달콤한 잠을 설친다. 하루가 피곤해질 것 같아 미리부터 걱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지없이 힘든 하루를 지내게 된다. 

무엇 때문에 밤중에 깨어났는지 생각해본다. 낮에 있었던 일 중에 무슨 잘못이 있었던 것일까? 새로운 오늘의 일들이 염려되기 때문일까? 생체현상이 아니라면 마음 부담 때문에 깨어났을 것이다. 
 
깨어 있는 그 시간들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수많은 생각들이 별빛처럼 머리와 마음을 스쳐 지나간다. 지난 일과 오지 않은 일들이 순서를 다투며 달려든다. 평온했던 마음에 감정의 파랑이 불편하게 일렁인다. 엉뚱한 생각들이 자기 마음대로 왔다가 자기 뜻대로 사라진다. 

생각하려고 깨어있는 게 아니라 깨어있으니 반사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 근원을 모르는 생각들이다.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고 싶은데 다른 생각들이 막무가내로 끼어든다. 생각을 그만두고 싶은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놓지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대로 멈출 수가 없다. 무엇 때문에 깨어났는지 그 영문을 도저히 모르겠다. 

생각에 붙들리는 생각
생각이 떠오르니 그 생각에 쉽게 붙들린다. 생각을 하느라 생각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조차 잊어버린다. 생각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생각을 이어가는 것 같다. 영화를 생각 없이 보듯이 생각을 멍 때리듯이 바라본다. 

생각에 붙들렸다가 잠을 설치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얼른 잠을 자려고 이불을 뒤집어쓰며 달려오는 생각들을 쫓아낸다. 이불속까지 쫓아온 생각들이 불을 밝히며 단잠을 빼앗아간다. 무엇보다 오늘 일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의 부담이 가중된다. 잠을 못 이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만 같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한밤중에 깨어나는 일이 반복된다. 가벼운 불면증 정도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운동 시간을 늘려 불면을 쫓아내고 숙면을 늘리려고 한다. 오늘의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으며 편안하게 정리한다. 내일을 염려하지 않게 대처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한다.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도 어김없이 한밤중에 깨어난다. 자신이 모르는 잠재의식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불면증을 감당하지 못하여 전문의를 찾아간다.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명약을 처방받는다. 별일 아니라는 의사의 한마디에 중병이 사라지듯이 마음이 가볍다. 약을 복용하고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다.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어 나타나니 어쩔 줄을 모른다. 

신(神)이 깨우는 절대 시간
한밤중에 깨어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영문을 모르니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누군가 나를 깨웠기 때문에 깨어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깨우지 않았다면 그렇게 깨어날 수 없다. 누가 나를 깨웠을까? 무엇 때문에 나를 깨웠을까? 왜 그런 일들이 반복하여 일어나는 것일까? 그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지내도 괜찮은 것일까? 그 시간의 의미를 찾고 알고 깨달아야 할 것인가?

밤중에 깨어나고 싶은 의도나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잠재의식이 나를 깨운 것일까? 의식이 멈춘 시간에 잠재의식이 나를 깨운 까닭은 무엇일까? 잠재의식이 나의 영향을 받아 깨운 것일까? 내가 아니라면 잠재의식은 누구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

신(神)이 나를 깨운 것은 아닐까? 신은 무엇 때문에 나를 깨웠을까? 신께서 내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일까? 신께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깨웠을까? 신(神)이 아니면 누가 나를 깨운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나만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에너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신이 함께 한다고 생각해본다. 신(神)이 함께 하는 절대시간이라 믿게 된다. 

아우라는 자기의 본질
절대시간은 자기만의 시간이 아니다. 자기와 다른 실존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신(神)과 함께 하는 절대시간이라면 자아와 함께 하지 못한다. 절대시간은 자아가 존재하는 한 절대로 생성되지 않는다. 자아가 죽어야 신과 함께 하는 새로운 자기가 태어난다. 

한밤중에 깨어있는 시간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단순히 깨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절대시간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절대시간이라고 인식하면서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잠을 이루지 못해도 더 이상 괴로워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제3자처럼 자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기를 관찰한다. 자기가 아닌 또 다른 자기가 새롭게 등장하여 활동한다. 

수많을 생각을 지켜볼 뿐 생각에 붙들리지 않는다. 생각에 붙들리지 않으니 감정이 작용하지 않는다. 감정이 작용하지 않으니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의 동요가 없으니 잠을 자거나 깨어있어도 아무렇지 않다. 잠을 이루지 못해도 새로운 하루가 조금도 염려되지 않는다. 자기를 주시하고 위로하며 자기가 자기를 제어하는 일이 일어난다. 에너지가 소진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한다. 지치고 피곤한 얼굴을 걱정했는데 새로운 미소와 생기를 더한다. 자아를 떨쳐내며 신을 닮으려고 한다. 

날마다 절대시간이 채워진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기운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기만의 본질이 드러난다. 

아우라는 자아가 없는 자기 본질이다. 아우라는 자기만의 절대시간을 축적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