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대면 대신 배달…선물 대신 '현금' 달라진 추석
[추석특집] 대면 대신 배달…선물 대신 '현금' 달라진 추석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1.09.2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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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코로나19 겪으며 명절 문화 바뀌어…'뉴 노멀' 형성
중요한 것은 '마음'…가족·공동체 소중함 잃지 말아야

▲달라진 명절 풍경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고모씨(57)는 올 추석 명절을 앞두고 거래처 사람들과 단골 손님들의 주소를 일일
이 물었다.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을 ‘택배’로 보내기 위해서다.
고씨는 “예전 같으면 직접 찾아가서 선물을 전달하고 인사도 나눴겠지만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고씨처럼 올 추석에는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대신 택배로 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더해 귀성 대신 고향에 있는 가족에 명절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제주시 노형동 제주우편집
중국에는 ‘물량이 많아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까지 붙었다.

태풍 북상 등으로 명절 선물이 제때 도착하지 못할 우려를 가지고 있는 일부 도민들은 명절 선물로 ‘현금’을 택하는 등 ‘용돈 계좌이체’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각종 명절 행사가 취소되면서 일부 도민들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를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코로나 추석…모임 인원 첫 제한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추석이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10월 1일)과 달리 올해 추석은 모임조차 자유롭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도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3명 발생해 별도의 인원제한 조치가 없었으나 올해 8월에는 코로나
19 확산 이후 가장 많은 86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했다.

이달 들어 도내 확산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거리두기 4단계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올 추석에는 백신 접종자를 포함하면 집에서는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식당·카페에서는 6명까지 가능하다.

제주 공동체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벌초(伐草)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원 제한으로 예년과 달리 소규모로 진행되거나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귀성 전쟁’은 사라지고 제주를 찾은 여행객이 늘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객은 20만명 내외다. 

제주도는 최근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로 도내 감염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공항과 항만의 발열감시 인원을 늘리고 제주국제공항 워크 스루 선별진료소에도 추가 인력을 배치하는 등 추석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두 차례 비대면 추석을 겪으며 그간 이뤄졌던 차례가 점차 간소화되는 ‘뉴 노멀(New Normal)’ 형성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번 간소하게 지냈던 차례를 다시 예전과 같이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 중요한 것은 ‘마음’…공동체 정신 잃지 말아야

차례(茶禮)는 한자에서도 볼 수 있듯 본디 차 한 잔으로 간소하게 치르는 제례다. 

한 해 농사의 수확에 감사하는 날이 추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예전보다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으면서 차례상은 작아지겠지만, 조상과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작아지지 않았으면 한다.

제주는 예로부터 척박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특유의 ‘수눌움’ 문화를 만드는 등 공동체 정신을 이어 왔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족과 공동체의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푸념도 있지만 그대로 추석이다.
올 추석에도 예년만은 아니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을 찾기 위한 귀성객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명절, 추석이다.

올 추석에는 몸은 떨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하는, 바이러스 대신 밤하늘을 가득 메우는 보름달처럼 따뜻한 정(情) 만을 나누는 명절이 됐으면 한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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