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관 위상 높여야
이중섭미술관 위상 높여야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1.09.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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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정방동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목록인 이중섭 화가의 작품 전시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사전예약을 통해 입장객을 받고 있지만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4월 서귀포에 희소식이 날라 왔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인 삼성가(家)가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원화 12점을 서귀포에 기증했다. 

기증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대표작인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해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 은지화 2점, 엽서화 3점 등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를 주고 구입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작품들이다.

이 회장이 남기고 간 기증품은 국보급 14건, 보물급 46건 등 1만1023건이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세기의 기증’ 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유족이 서귀포에 기증한 작품은 천재 화가 이중섭과 서귀포의 인연 때문이다.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물렀던 때는 1951년 한 해. 70년 전이다. 이중섭은 ‘이건희 컬렉션’을 업고 70년 만에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함께 이남으로 피난 온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서귀포’에 다시 왔다.

서귀포시는 이중섭 화가의 기일(9월 6일)에 맞춰 지난 5일부터 내년 3월까지 이중섭미술관에서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작품으로 특별전을 마련하고 있다.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
‘이건희 컬렉션’이 전시되고 있는 이중섭미술관은 2002년 11월 지상 2층(589㎡)으로 지어졌다. 당시는 이중섭 전시관이다. 이중섭 전시관은 2003월 3월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이중섭 원화 8점을 포함해 우리나라 대표작가 작품 66점을 기증하면서 제2종 미술관으로 등록됐다. 2004년 8월에는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이 이중섭 원화 1점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54점을 기증하면서 제1종 미술관이 됐다. 

이중섭미술관 건립에 앞서 그의 거주지가 복원됐다. 1997∼98년 일이다. 당시 오광협 서귀포시장은 스레이트 지붕이었던 이중섭 피난지의 집을 매입해 이중섭 거주지를 복원했다. 지역의 일부 문화예술인은 이중섭을 기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이중섭이 서귀포 출신이 아니고 그가 머문 시간도 1년 정도인데,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거주지를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할 필요가 있으냐는 게 이유다.

오 시장은 앞으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설득했고, 그 후 이중섭 거주지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이중섭 거주지 복원을 계기로 이중섭미술관이 들어섰고 ‘이중섭 거리’도 탄생했다. 이중섭 거주지와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등이 있는 ‘이중섭 거리’는 관광객들이 서귀포에 오면 꼭 들르는 명소다.

이중섭미술관은 삼성가(家)의 기증으로 이중섭 원화 작품 60점을 소장하게 됐다. 소장품 중에는 서귀포시가 거액을 들여 구입한 것도 있다.

이제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 원화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유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그 위상을 뒷받침하는 조직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미술관 인력은 6명. 학예사 1명과 공무직 5명이다. 전문 학예관장은 없다. 학예사 1명이 기획 전시와 시설 운영 등을 맡고 있다. 
미술관 이름에 걸맞는 이중섭 원화를 60점이나 소장하고 있는 공립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시설과 조직, 인력이 너무 초라하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계기로 시설 확충과 학예관장 도입 등이 필요하다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려면 행정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행정을 할 때 필요충분 조건을 들먹이며 아예 시작도 안 했던 사례들을 보아 왔다. 하기 나름이다. 이중섭미술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서귀포는 관광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다. 서귀포시장부터 먼저 나서 치열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좋은 명분이 될 것이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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