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유목민이 보는 세상 
매체 유목민이 보는 세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9.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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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자 수필가

평온을 즐기려면 차라리 귀를 닫고 있는 편이 나으려나. 본능 때문인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혹은 숨 막히는 공간에서 벗어나 때로 멀리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한다. 

텔레비전에서 간신히 빠져나오면 다시 그 세상이 궁금해진다. 참지 못하고 이번엔 휴대전화에서 매체를 기웃거린다. 요즘은 정치권 뉴스도 자주 보는 편이다. 어떤 내용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서툰 배우들이 등장하는 재미없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에게서 좀 더 국민을 위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고 싶은데, 철학을 품은 비전은 고사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질투의 폭탄을 품은 자들이 조직의 힘을 믿고 나선 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상상까지 한다. 

연이어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더해간다. 나랏빚이 많다는데, 그렇게 하면 경제 활성이 되는 것일까? 암흑 같은 터널을 벗어나 활력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 다시 일어나야 하는 변화의 전환점에서 과연 옳은 선택일까. 지원금 정도로는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사람도 있다. 희망도 꿈도 잃어버렸기에 앞날이 두려웠을 것이다.  

사건 사고 소식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쏟아지는 내용이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무섭기까지 하다. 아프간 전쟁을 끝으로 우리나라도 그 지역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다는 뉴스도 반복되고 있다. 따뜻하게 맞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우려하는 마음도 있다. 그들은 영원히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것일까. 매체 유목민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부질없는 걱정과 상상뿐이다.      

가끔 히잡을 쓴 여인들이 제주에서도 눈에 띈다. 관광을 다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안정된 사람들 같다. 영화 장면에서만 보던 타 문화권 분위기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면 낯설다기보다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히잡 속에 감춰진 저들의 머릿결은 어떨까, 답답하지는 않을까. 한편으로 옛날 우리나라 여인들이 쓰개치마를 쓰고 다녔던 것처럼 전통을 고수하는 저들이 오히려 정체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먼 미래 역사학자들은 21세기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읽어낼까. 현재의 우리가 왕조시대 갓을 쓴 양반의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세상은 바뀌고 있다. 세계가 하나로 뭉쳐 헤쳐나가야 할 공동의 과제에 이목이 쏠리는 추세다. 감염병이라는 우울한 장막을 박차고 나가 자유를 만끽하게 될 날이 마냥 기다려진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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