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우화
고슴도치 우화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9.1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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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남긴 ‘고슴도치 우화’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선 고슴도치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 다시 멀어진다. 그리고 다시 가까이 다가섰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던 끝에 결국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 우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간의 적절한 간극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간섭 혹은 무관심, 유대 혹은 고립, 부담 혹은 외로움 사이 등 ‘간극’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르겠지만 요새 들어 고슴도치 우화가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당연 ‘팬데믹’ 때문이다.

지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배하는 건 사회적 거리두기다.

강제적으로 한 공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고, 시간마저 한정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고슴도치의 거리두기가 추위 때문이었다면 지금 우리의 거리두기는 ‘생존’의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는 다양한 생존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등 의학적인 생존은 물론 생계난에 따른 경제적인 생존까지 팬데믹 상황은 사회 전 분야에 생존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추석 명절이 걱정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향을 찾지 말자”, “마음으로 정을 나누자” 등 귀성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강제적으로 이들의 고향행을 막을 순 없다. 더욱이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더욱 그렇다.

잠시 잠잠해지긴 했지만 불과 지난달만해도 제주지역 확진자 수는 연일 두 자리였다.

추석 연휴가 지나 다시 지역 내 감염이 확산될 경우 생존의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고슴도치도 서로의 가시에 찔려가며 적정 거리를 찾았다. 강제적인 거리두기, 방역수칙 강화, 여행 자제 등이 마치 가시처럼 불편하겠지만 생존을 위해 참아낸다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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