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수취인불명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1.09.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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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아내의 시한부 선고에 ‘이 사람만 있으면 난 흔들리지 않는다’던 한 남편의 삶 전체가 흔들렸다.

두 딸과 세상에 남은 남편이 감정을 눌러 담으며 쓴 편지를 읽는 모습을 그린 ‘수취인불명’이라는 방송을 최근 넋 놓고 봤다.

편지를 읽는 남편은 되뇌었다. ‘잘 할 수 있어’, ‘잘 하고 있어’라고.

방송 제목과 달리 남편이 쓴 편지는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혹은 자신 스스로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수취인이 제법 분명한 메시지로 느껴졌다.

수취인불명(受取人不明).

받는 사람이 정확치 않다는 의미다.

메시지를 보내려는 사람이 분명히 있으니까 수취인불명이란 말도 생겼거니 하고 이해했다.

지난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극단적 선택 전에 나오는 메시지는 도와달라는 구조신호입니다”

“극단적 선택 전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사회와의 접점을 넓혀가야 합니다”

이처럼 극단적 선택 전 메시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므로, 제주도자살예방센터는 이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살 문제가 사회적·국가적 피해로 확산하자 정부는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자살률은 2018년에 이어 2019년까지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모든 일상을 가로막은 코로나19가 이 자살률을 더 악화시키진 않았을까 걱정된다.

코로나19는 고립을 확대시켰고 소통을 힘들게 했다.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줬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

간단한 교육만 이수하면 될 수 있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가 되는 건 어떨까.

도내에만 2만2000여 명의 자살예방 생명지킴이가 있다.

수취인불명이 될지도 모르는 구조신호 메시지를 우리가 생명지킴이가 돼 수취인분명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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