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그리고 ‘부당거래’
내부정보, 그리고 ‘부당거래’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4.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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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국민 담화를 한 ‘여아 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사고로 죽었다. 대통령이 나서 ‘쇼’까지 한 상황에서 진짜 범인이 죽어버리니까 어떻게든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경찰은 ‘배우(가짜 범인)’를 내세운다. 이 낌새를 알아챈 검사가 경찰의 뒤를 캔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조폭출신의 건설업계 큰 손의 물고 물리는 싸움.

‘위’만 쳐다보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영화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의 2010년 개봉 영화다. ‘위’를 위해 없던 범죄마저 만들어 내는 관계자들의 비열함과 타락을 그렸다. 영화 전개는 일반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내부정보에 의해 흘러간다.

내부정보는 증권가에서 늘 문제가 된다. 증권가, 특히 상장 및 비상장 회사 관계자들은 회사의 업무, 회사가 수행하려 하는 사업 등에 대한 비공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투자할 경우 엄청난 이익을 한 번에 챙길 수 있다.

따라서 증권거래협회는 회사 관계자 등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래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선량한 일반인을 속이고, 나아가 이들의 등을 치는 정의롭지 못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직 내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다.

 

#관리시스템 문제

지난 4·13 총선에서 불거진 공직자의 공유지 취득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나아가 제주도의 ‘음습한’ 공유지 임대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반인은 특별한 관심과 지식이 없으면 공유지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공유지 임대는 둘째 치고 공유지 매각은 더더욱 접근하기 어렵다. 공유지 관리가 극소수 담당 공무원의 책상에서 이뤄지면서, 비공개 관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유지 매각과 임대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0여 년 전쯤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남제주군은 감귤 과잉 생산의 폐단을 막기 위해 임대 공유지 가운데 감귤원으로 조성된 토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른바 ‘빽 있는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감귤원을 대거 적발했다. 당시 남제주군은 이들을 적발하고도 원상 회복하는데 진땀을 뺐다. 당시 유력인사들의 공유지 임대 실태는 일반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최근 논란이 된 제주도 전직 고위공무원의 공유지 매입 문제만 하더라도 일반의 상식에서 볼 땐 이해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곧 제주도 공유지 관리시스템의 문제와 직결된다.

일반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행정 정보를 내부자(공직자) 직위를 이용해 접근, 공유지를 싼 값에 사들였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나아가 제주도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모든 의혹 털어야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이와 관련, 지난달 제주시와 읍·면·동을 대상으로 공유재산 관리실태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이번 특감에서 적발된 지적 사항 등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4·13 제주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직자의 공유지 매입 문제는 더는 덮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갔다. 일반의 입장에서 볼 땐 공무원이 공유지를 매입한 것 자체로도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부 정보가 이용됐거나, ‘내부자’라는 우월적 지위가 작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부당거래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2013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실태를 조사했지만 기간을 늘려야 한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이번 기회에 의혹이 될 만한 공유재산 매각들에 대해서는 특별 조사를 벌여야 한다. 모든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공유재산은 말 그대로 ‘국민 모두의 재산’이다. 이를 멋대로 관리하거나 음습하게 취득했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특별 조사 결과를 경찰 등에 넘겨 불법 행위자와 이에 동조한 관계자 모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이 문제로 감사위원회가 한 치라도 멈칫거려선 안 된다. 제주도민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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