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고유색에 더해진 강한 '제주의 빛'
사물 고유색에 더해진 강한 '제주의 빛'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1.09.0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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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전 제주현대미술관장, 개인전 ‘제주의 빛’ 개최
오는 4일부터 5일간 서귀포시의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제주의 근원 묻는 20여 점의 유화작품
이경은 작

사물의 고유색에 강한 제주의 빛이 더해졌다.

이경은 전 제주현대미술관장은 오는 4일부터 5일간 서귀포시의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제주의 빛’이라는 주제로 20여 점의 유화작품을 전시한다.

이 작가는 제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제주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당미술관 학예연구사,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실장과 제주현대미술관장 등 20여 년간 미술관에 몸담아오다 퇴직 후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작가의 작품은 열심히 보고 해석하며 정리하는 일에 매달렸는데 정작 자신의 작업에 소홀했음을 아쉬워하며 그림 그리기 30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일 한정희 독립큐레이터에 따르면 이 작가의 작품 ‘삼나무와 개’는 죽어가는 삼나무가 역광의 빛을 받고 있고, 좁은 골목길 끝까지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비치고 있다. 낮은 풀이 만들어낸 그림자에 나른하게 누워있는 개의 대비가 눈에 띈다. 

‘칸나와 비닐하우스’는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과 비닐하우스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인공과 자연의 공존, 제주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제주의 빛은 밤에도 존재하고 있다. 

‘달과 바다’에서 제주의 거친 파도와 바위는 보름달을 통해서 은은하면서 평온하게 비치고 있다. 

또 다른 빛의 작품은 ‘2019 홍콩’이다. 이 작품은 홍콩 사태에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간절함, 그 머리 위에 한 줄기 빛은 그들의 희망을 상징한다.

첫 개인전에서 이경은 작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탐색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또 다른 빛은 어디에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한 독립큐레이터는 “이경은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이전처럼 자신의 일상을 캔버스에 투영시켰다. 매일 보는 제주자연, 거친 바다와 돌 틈에 핀 꽃 등을 그려오는 것이다. 이번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위치가 한층 친밀하고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라며 “훨씬 대상과 긴밀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물상의 표피와 외형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것, 골격이나 생동감을 주는 거친 붓 터치와 커진 색 면이 보인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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