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과 죽비(竹篦)
윤희숙과 죽비(竹篦)
  • 부남철 기자
  • 승인 2021.09.0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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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권 주자로 뛰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직계존비속의 10년간 재산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게 된 동기에 대해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공직자 검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당은 물론 모든 국민이 저와 가족의 재산을 완전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공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 전 지사는 그러면서 2011~2020년 부동산·예금·채무 등 재산 변동 흐름과 함께 아내와 부모, 취업준비생인 두 딸의 최근 부동산 거래 내역을 정리해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그는 또 이후 검증 과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자료를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전 지사는 기자회견 도중에 “대통령이 농지법 위반을 하고 민망해하지도 않는 작금의 상황에서 본인이 아닌 부모의 일로 윤 의원이 사퇴를 선언한 것은 ‘책임 문화’가 사라진 정치권에 내리는 죽비와 같았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는 이어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대선 후보로서 윤 의원의 자세에 저 스스로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공직자 재산 현황 등이 더는 프라이버시가 아닌 ‘공적 자료’임을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죽비는 불가에서 사용하는 수행의 도구이다. 수행을 하다 졸거나 집중을 하지 못 할 때 등짝을 내리쳐 정신이 번쩍 나게 해준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7월 30일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던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논란이 됐던 ‘임대차 3법’과 관련해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발언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던 윤 의원이 1년이 지난 지난달 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친이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야당 의원 흠집 내기”라고 반발하며 대선 경선 후보와 함께 의원직 사퇴를 선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선언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원 전 지사의 말대로 기자에게는 ‘죽비’였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보다 더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수사를 받으면서도 큰 소리를 치는 ‘후안무치’한 정치인을 수도 없이 봤기 때문이다.

기자의 개인적 생각과는 달리 윤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윤 의원의 사퇴에 대해 ‘쇼’라며 의원직을 유지한 채 수사받아야 한다고 맹폭을 퍼붓고 있다.

윤 의원이 그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첫 회견에서 부친 소유 토지에 대해 “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2016년 농지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는 바람에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며 “저는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 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지만 회견 이후 ‘100% 농사짓기 목적은 아니었다’는 정황이 등장했고 윤 의원은 두 번째 회견에선 “투기 의혹으로 비쳐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윤 의원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내로남불’ 프레임을 씌워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특히 권익위 조사에 따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님이 ‘투기의 귀재’가 아닌지 입증하라”며 “그렇게 억울하다면 특수본에 계좌 내역을 다 내고 부친 농지 구매와의 연관성을 조사받아야 한다. 혹시 조사를 받지 않으려고 사퇴쇼를 하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스스로 수사를 의뢰했다.

기자는 윤 의원을 보면서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이 불법·위법·편법을 저지르고 수사를 받으면서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국민의 혈세를 받아 챙기고 고개를 쳐들고 다닌 사례를 떠올렸다.

자신들을 위한 ‘셀프 입법’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도 있다.

국회는 윤 의원의 사퇴서를 처리해 국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윤 의원은 수사를 받은 후 불법 또는 위법을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으면 된다.

단순한 문제를 정치공세로 이끌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서 ‘한숨’만 나온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순간 윤 의원이 국회의원 회관 방을 ‘뺐다’는 보도가 나온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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