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병원선은 ‘팬데믹’ 대응과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가는 전략적 선택
신개념 병원선은 ‘팬데믹’ 대응과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가는 전략적 선택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8.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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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감염병 대유행 ‘팬데믹’이 누그러지지 않는다. 백신이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경고도 있다. 현 상황을 볼 때 군의 집단감염은 초기부터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다.

그런데 우리 군의 병원선은 작은 ‘병원정’ 수준이라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 육지병원으로 이송해 진료를 받는다. 과거 병원선은 부상군인 1차 응급치료가 주 기능이었으나 오늘날 병원선은 종합병원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다. 과거의 군함이나 병원선은 감염병을 고려해 건조된 함정도 아니다.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미국 병원선은 좋은 교훈이다. ‘바다 위의 종합병원’으로 불리는 머시급 병원선은 1000병상 규모로 대학병원급이다. 미 해군은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병원선 머시 호를 LA로, 컴포트 호를 뉴욕에 각각 배치했었다. 그런데 전통적 병원선인 이들은 코로나 대응에 도움이 안 되었다. 격리병동 및 음압병동 시설이 없어서다. 오히려 선내 확진자 발생으로 지역 의료체계에 부담만 주었다.

상시 전투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군의 경우 병영 내 집단감염은 전투 준비태세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해군의 경우 이제 연안 방위 임무에서 벗어나 커지고 있는 국익을 수호해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역내 안보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다국적 연합작전군으로서의 역할 확대도 불가피하다. 아덴만 평화유지활동에서 보듯 군의 역할은 전 지구촌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개념 병원선은 이러한 작전환경 및 평전 시 평화유지활동(pko)에서 핵심 지원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산이다.

유엔 정규 분담금이 회원국 192개 국 중 12위를 차지할 위상의 대한민국이다. 대규모 재해 및 재난, 난민이 발생한 국가나 지역을 상대로 한 기여는 국익 확대 차원에서나 과거 유엔 pko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서 응당 감수할 일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pko는 다자협력의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제 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pko는 정치적 이해에 따른 충돌 가능성이 낮아 병원선을 매개로 한 실천적 정책 개발로 다자간 협력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초국가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자는 데 반대할 나라는 없어 보인다. 중국도 미 해군의 의료외교를 따라 병원선을 외교 소프트 파워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경우 하드 파워 경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살펴본 것처럼 대학병원급 병원선은 장병을 위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는 물론 국제 평화유지활동 지원, 그리고 감염병 발병 시 초동 대응에 매우 유용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상시 전투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군의 경우 병영 내 집단감염 초동 대응은 절실하다. 격리병동 및 감압병동을 갖춘 병원선은 팬데믹 발생 시 국가지정병원으로 초기에 민간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천후 의료헬기를 갖춘 병원선은 응급환자 후송 능력이 뛰어나 상황 대처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병원선은 팬데믹에 대응하고 총상과 화상, 외과적 응급 치료에 중점을 둔 특성화 병원을 목표로 최고의 의료진 및 첨단 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하여 병원선을 민군상생 협력모델로도 널리 활용되었으면 한다. 병원선은 도서주민들과 장병들을 위한 팬데믹 대응 전초기지 및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종합병원으로서 기능함과 동시에 역내 국가들과의 다국적 협력 추진체가 되어 아태지역 평화 유지에 기여할 전략자산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신개념 병원선은 ‘팬데믹’ 대응과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가는 전략적 선택인 바 군 통합병원 역량을 넘을 병원선 건조를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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