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성한 강 ‘갠지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성한 강 ‘갠지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8.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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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북인도를 가다(5)
힌두교 행사가 열린 갠지스 강에 수많은 힌두교도와 관광객 등이 몰려있다. 인도인들은 이 강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를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삶은 물론 죽음 이후의 세계로 연결되는 관문으로 여겨 죽은 사람을 화장해 그 유해를 강물에 흘려보내는 것을 대단한 축복으로 생각한다.
힌두교 행사가 열린 갠지스 강에 수많은 힌두교도와 관광객 등이 몰려있다. 인도인들은 이 강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를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삶은 물론 죽음 이후의 세계로 연결되는 관문으로 여겨 죽은 사람을 화장해 그 유해를 강물에 흘려보내는 것을 대단한 축복으로 생각한다.

■ 힌두교 축제에 몰린 인파
바라나시는 힌두교 성지입니다. 힌두교도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7개 도시 가운데 하나로 갠지스 강 왼쪽 둔덕에 있습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거주해온 세계 최고(最古)의 도시들 가운데 하나이며, 강 중류에 아리아인들이 처음 정착하면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답니다.

석가모니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카시 왕국의 수도였으며, 가까이에 있는 사르나트는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설법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1193년부터 3세기 동안 이슬람교도가 점령하고 있을 때 힌두 사원 상당수가 파괴됐고 학식 있는 학자들이 다른 지방으로 피신하는 등 쇠퇴의 시기도 있었지만 신석기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도인들에게 종교라기보다는 삶의 문화이자 방식이 바로 힌두교인 셈입니다.

이 힌두교 성지 갠지스 강에는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 몸을 씻는 힌두교도들을 위해 ‘가트’라고 불리는 수십 ㎞의 목욕 계단이 조성돼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갠지스 강에서 몸을 씻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죽은 사람을 화장한 후 강물에 그 유해를 뿌리기도 하는데 이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축복이랍니다. 멀지 않은 화장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나 사람들은 강물에서 태연하게 목욕도 하고 물을 마시며 갠지스 강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새벽 해뜨기 전 숙소를 나서 갠지스 강에 도착했더니 언제 왔는지 수많은 힌두교도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인파 속을 한참을 비집고 들어간 끝에 겨우 강가에 도착했으나 이번엔 올라설 곳이 없습니다. 모퉁이 이층집 돌 틈으로 올라서니 가트는 물론이고 강물 속에서까지 힌두교도들이 모여 갖가지 행사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종교 행사보다 진지해 보입니다.

고령의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갠지스 강에 몸을 담가 기도를 올립니다. 강물을 마시거나 작은 그릇에 꽃을 올리고 불을 피워 강물 위로 띄워 보내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어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니 이들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툭 쳐 돌아보니 “저기 있는 배에 올라 찍으면 좋으니 타 봐라”고 합니다. “그냥 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대뜸 따라오라며 배 쪽으로 가더니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밀치고는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배에 오르니 우리 일행 중 몇 사람이 이미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힌두교도들이 기도하는 모습과 종교의식을 바로 앞에서 촬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강물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까지 볼 수 있어 이 배를 탈 수 있게 도와준 그분에게 마음속으로나마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힌두교 행사에 참여한 힌두교도들이 꽃을 올리고 불을 피운 작은 접시를 갠지스 강물에 흘려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식을 치르고 있다.
힌두교 행사에 참여한 힌두교도들이 꽃을 올리고 불을 피운 작은 접시를 갠지스 강물에 흘려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식을 치르고 있다.

■ 가장 인간적인 신앙심을 느낀 순간
강에서는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노인이 물에 깊숙이 몸을 담갔다가 일어서 긴 숨을 몰아쉬며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립니다. 시바 신을 향한 기도,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신앙심이 엿보입니다. 가족인 듯 보이는 신도들도 서로의 머리에 물을 뿌리며 기도하고, 어린아이를 부둥켜안고 강물에 몸을 담그며 신을 부르는 주문을 외고 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이 갠지스 강물이 성스러운 물이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지방에서 단체로 온 순례단은 따로 모여 의식을 올린 후 서로를 안아 물속에 담가주며 마치 헹가래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합니다. 또 각자 손에 들고 온 작은 접시에 꽃과 불을 피워 강물에 띄워 보내며 기도를 올리기도 합니다.

이 힌두교 행사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몰려든 관광객들도 한 마음이 된 듯 어떤 관광객은 옷을 벗어 던지고 강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너와 나의 종교를 떠나서 가장 인간적인 신앙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마치 영화 촬영하듯 사진을 찍고 있던 저도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갠지스 강에 손을 담가 그들의 신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순례자들을 위해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비워줘 인도 전역에서 몰려온 엄청난 순례자들은 큰 불편 없이 갠지스 강을 만납니다. 해뜨기 전부터 시작된 의식은 해가 한창 떠올라도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릅니다.

힌두교도들 가운데에는 의식을 마치고 몸을 씻고 나자 가져온 물통에 갠지스 강물을 담는 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곳에 오지 못 한 가족에게 갠지스 강물을 가져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힌두교 행사에 참여하려는 순례객들의 행렬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서 갠지스 강을 향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이들을 지켜보다 이제 배에서 내려서 가려고 하는데 뱃머리에서 한 사람이 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왜 돈을 받느냐?”고 묻자 배에 탔으니 돈을 내야 한답니다. 그 와중에 달라고 떼를 쓰는 돈의 액수도 너무 커서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내주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쩐지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했더니, 이 배로 안내해준 그 사람이 얄밉기도 했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올라탄 저의 잘못도 있습니다.

속았다는 기분을 뒤로하고 이제 인도 속 불교 성지인 사르나트로 향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갠지스 강변에 있는 배 위에 올라탄 관광객들이 힌두교 축제를 구경하면서 멀리 떠오르는 아침 해를 카메라로 찍고 있다.
갠지스 강변에 있는 배 위에 올라탄 관광객들이 힌두교 축제를 구경하면서 멀리 떠오르는 아침 해를 카메라로 찍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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