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후보 원희룡을 맞이하며
대권 후보 원희룡을 맞이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8.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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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엔 여야 할 것 없이 당내 경선의 파장이 커지면서 이낙연 캠프의 수석 대변인인 민주당 오영훈 의원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비판이 화제다.

“경기도민의 혈세가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한 주유비로, 차량 유지비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경기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했던 이 지사의 발언을 인용해 “경기도민의 1380만 시간을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기 바란다”고 일갈한 것이다.

재밌는 것은 오 의원의 이런 일갈이 원희룡 후보의 제주도지사 사퇴에 대한 이 지사의 소회 발표로 촉발됐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밝힌 글은 이렇다.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소회에 대한 오 의원의 일갈은 경선 선거운동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원희룡 후보의 대응보다 더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이는 정치적 경쟁자이면서도 같은 제주를 사는 제주도민의 동지애(?)적 감성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또한 그간 제주도민이 원희룡 후보에게 제주도지사와 대권 후보 중 택일하여 집중하라는 요구를 줄곧 해왔고 그 갈등을 첨예하게 지켜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갈이라고도 생각된다.

좀 의아한 점이 있다. 이 지사의 발언 동기다. 경선해야 하는 같은 당 후보로 2012년 대선 전에 경남지사를 사퇴했던 김두관 후보도 있는데 같은 당 경선 후보도 아닌 원희룡 후보의 지사직 사퇴를 꼭 집어 비판한 이유가 뭔가 싶다. 그잖아도 무소불위의 민주당 유력 후보인데 뭐가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현직 도지사로서 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을 치르는 본인의 입장이 원희룡 후보와 비교될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이후 발언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경선완수와 도지사직 유지, 둘 중의 하나를 굳이 선택하라고 요구하면 도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자신의 직책과 경기도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이에 대해 경기도민도 대체로 호응하는 편이다. 제주의 경우는 원희룡 후보나 도민의 선택이 이와 정반대다. 어느 선택과 방향이 더 옳을까 혹은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선출직 공무원은 책임이니 그 책무를 끝까지 다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소신은 옳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경기도민의 의지에 달렸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선 경선과 대선에서의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면 답은 쉽게 나온다. 역대 대선 정국에서 승부는 거의 서울, 경기에서 갈린 바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서울시장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던 거고 그게 실현된 바도 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서울보다 경기의 인구가 훨씬 많고 따라서 대통령 후보로서는 서울시장보다 경기도지사가 유리하다. 최대 유권자 지역인 경기도를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생각은 소신으로서는 모르겠지만 선거 전략으로는 확실히 유리한 전략이다.  

그럼 대한민국 인구 1%를 겨우 넘는 제주 유권자마저 내준 원희룡 후보는 바보고 제주도민은 정말 사람을 키울 줄 모르는 비전략가들인가? 도지사 사퇴를 꾸준히 요구해 온 제주도민은 이 지사의 지사직 유지도 괜찮다는 경기도민에 비해서 너무 강직한 것일까? 도덕적인 면에서 필자는 원희룡 후보와 제주도민의 선택이 옳다고 본다. 원희룡 후보의 지난 행적을 살펴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원희룡 후보는 손해 보더라도 원칙대로 간다. 외톨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당도 틀린 생각을 하면 성토하고 경쟁의 당이라도 좋은 건 받아들이고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협치하려 한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제주도정 7년도 성공과 실패로 보이지만 원희룡 후보로선 갈 길을 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 부분이 제주도민을 다가오게 한 것도 있고 멀어지게 한 것도 있으리라. 

원희룡 후보가 대선 경쟁에 나섰다. 제주도민이 제주도지사를 사퇴하고 차라리 대선 준비를 빨리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조직도 전문가도 자금도 부족하다. 다른 후보 캠프에 비교하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양상이다.

연탄일 때는 온기를 나누고 남은 재가 되어서는 옴팡진 웅덩이를 메꾸거나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 데 쓰이듯 내 이웃, 우리 국민의 아픔과 슬픔, 즐거움과 기쁨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그다. 전국 수석, 사법고시 수석 등에 바라기보다 자신이 받은 것을 더 크게 키워서 세상을 위해 더 가치 있게 완전연소하고 싶다는 그를 응원하고 지켜볼 것이다.

사심을 더한 이유로는 필자가 죽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응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주 출신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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