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 배·보상 ‘차등 지급’ 반발…“4·3 정신 위배”
 4·3유족 배·보상 ‘차등 지급’ 반발…“4·3 정신 위배”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8.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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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구용역을 통해 수립되고 있는 제주4·3희생자 배·보상 기준에 대해 당사자인 유족들이 4·3특별법 정신에 위배되는 또 다른 차별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는 지난 13일 4·3평화교육센터에서 운영위원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4·3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에 대해 논의했다.

행정안전부 의뢰로 지난 2월부터 용역을 수행 중인 한국법제연구원‧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배·보상 기준으로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 위자료(특별위로금), 일실이익을 제시했다.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은 이미 지급되고 있어 추가 배·보상 항목은 일실이익과 위자료다.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 보상에 준해 지급될 전망으로 금액이 거의 동일한 반면 일실이익은 희생자별 연령과 성별, 직업 등에 따라 차등 산정‧지급될 수밖에 없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일실이익은 해당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근로소득이다. 평균 임금은 4·3 당시와 근접한 시기 임금 통계를 적용하고, 취업가능연령은 광주5·18의 기준을 적용해 20~55세로 산정한 후 일실이익을 추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정확한 임금 통계나 평균 생활비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희생자들의 직업도 확인하기 힘들어 일실이익 산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취업가능연령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3 피해자의 연령별 비율은 10세 이하 5.5~5.8%, 61세 이상 5.8~6.1%다. 취업가능연령에 포함되지 않는 노약자가 전체 10% 이상으로 일실이익 기준으로는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족회는 “일실이익을 적용하면 보상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유족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4·3특별법 정신을 훼손하는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어 “부당한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자의 피해 보상을 교통사고 피해 다루듯 해선 안 된다”며 “또 다른 차별화는 안 된다. 통일된 보상 기준을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회는 일실이익 적용 배제 등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하는 등 강력 대응하는 한편 수용 가능한 보상액 범위를 포함해 지급 방법과 대상, 순위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구체화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유족회는 이날 회의의 후속조치로 16일 성명서를 내고 “생명의 값어치에 대한 인위적인 판단을 통해 희생자의 배상 등급을 매기겠다는 것은 희생자를 두 번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차등 지급 방안을 철회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했다.

한편 용역에서 그 동안 논란에 휩싸였던 위자료와 관련 보상 개념이 명시되고 장자‧장손 원칙이던 과거 민법이 아닌 현행 민법이 적용되거나 용역진이 수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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