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4·3 생존수형인 손해배상 소송 10월 판가름
정부 첫 4·3 생존수형인 손해배상 소송 10월 판가름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8.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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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사상 첫 제주4·3 생존수형인 손해배상 소송이 오는 10월 판가름 난다.

생존수형인의 진술만으로는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대한민국의 입장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류호중 부장판사)는 양근방 할아버지(89) 등 4·3 생존수형인과 유족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네 번째 변론기일을 12일 진행했다.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103억원이다.

청구 사유는 4·3 당시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를 비롯해 억울하게 씌워 진 ‘전과자’ 낙인에 따른 사회적 차별, ‘연좌제’로 인한 피해 등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재판 때부터 피해사실 입증이 소송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15일 재판 당시 피고 측은 “공소기각 판결문 외에 (피해 사실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판결문에 명시된 사항 외에 (생존수형인들의) 진술 등으로 이뤄진 피해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임재성 변호사는 “재심 과정에서 국가의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 전과자 낙인 등의 피해 사실은 이미 인정됐다”며 반박했다.

‘청구 소멸시효’도 또 다른 쟁점이다.

정부 측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진상규명 결정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종료된다는 점을 적용해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간된 2003년을 기준으로 2006년을 소멸시효 종료 시점으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구인 측은 과거사위의 진상규명은 각 개별적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도출하지만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는 4·3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기록으로, 성격 자체가 달라 과거사위의 기준을 본 소송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피해사실 입증과 소멸시효에 대해 정부와 청구인 측이 의견을 달리해 온 만큼 오는 10월 7월 오후 2시에 예정된 선고기일에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번 소송에 참가한 생존수형인 18명 중 박동수 할아버지 등 6명이 재판 과정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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