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직 던지고 대권 ‘올인’하는 원희룡
지사직 던지고 대권 ‘올인’하는 원희룡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1.08.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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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설전이 흥미롭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하는 토론에서가 아니라 SNS를 통해서다. 쏟아내는 ‘워딩’도 거칠다. 볼 만 하다.

원 지사가 먼저 이 지사의 심기(?)를 건드렸다. 원 지사는 지난 1일 도지사직을 사퇴하며 “책임 있는 도정 수행과 대선 당내 경선 참여는 제 공직윤리 상 양립할 수 없다”고 했다. 도지사를 사퇴하고 대선 경선에 출마하는 게 비판의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선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사직을 유지한 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는 이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지사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그는 “월급만 축내면서 하는 일 없는 공직자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만 두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할 일을 해내는 책임감 있고 유능한 공직자라면, 태산같은 공직의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설전은 지난 2일에도 이어졌다. 원 지사는 “제주도민께 죄송하지만 깨끗하게 지사직을 사퇴하는 게 덜도 더도 아닌 나의 양심이자 공직 윤리”라며 “이 지사는 지사와 선거운동 양립이 가능하다고 믿는 모양”이라고 건드렸다. 이 지사는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무 때문에 선거운동에 제약이 크지만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책임을 버리지 않고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원 지사는 “얼마전 코로나19 방역 위반자 몇 명을 적발한다고 심야에 수 십명 공직자와 언론을 동행했다”며 “그건 지사의 역할인가, 이낙연 후보에게 쫓기는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선거운동인가”라고 일침했다.

원 지사는 지사직을 던진 것으로 도지사로 있으면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원 지사가 속해 있는 당은 국민의힘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치한 채 대선 당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2017년에도 성남시장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 성적은 3위.
이 지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1위다. 같은 당 이낙연 후보의 추격이 무섭지만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보니 다른 후보들로부터 견제를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이낙연 후보와의 난타전은 ‘진흙탕’이다. 이런 와중에도 이 지사는 여야 대선 후보 통틀어 지지율 1, 2위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반면 원 지사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바닥’이다. 당내 후보 지지율도 거의 꼴찌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하게 지사직을 사퇴했지만 ‘컨벤션 효과’는 없다.
원 지사는 지사직을 사퇴하면서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놔 죄송하다”고 했다. 당장 지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오는 11일까지 제주지사직이 유지된다. 사퇴 열흘전 의회에 통지해야 한다. 원 지사는 지난 2일 오전 제주도의회에 사퇴 통지문을 보냈다. 12일 0시 이후에는 행정부지사가 내년 6월30일까지 제주지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원ㆍ이 설전’은 원 지사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지사는 그동안 이슈 선점으로 지지율 끌어올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슈를 툭툭 던지며 언론의 관심을 끄는 면에선 솔직히 이 지사가 원 지사보다 한 수 위다. 그러나 둘 다 만만치 않다. ‘스토리’가 있는 똑똑한 정치인이다.

원 지사와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TV 토론에서도 ‘기본소득’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공방이 오갔지만 당시 일부 네티즌은 자기자신의 지식과 논리 경험을 토대로, 자기 언어로 자기 주장을 할 줄 아는 사람들 이었다고 평했다.
지사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친 원 지사.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가 바라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합류했다. 당내 경선의 흥행 요건은 갖춰진 셈이다.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공약을 제시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이슈도 만들어라.
원 지사가 앞으로 남은 대선 일정에 어떤 이슈와 승부수를 던지며 지지율을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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