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4·3 영령 위로한 ‘화해·상생’ 정신
8년째 4·3 영령 위로한 ‘화해·상생’ 정신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8.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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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회·경우회, 2일 ‘화해와 상생 선언 8주년 기념 합동 참배’ 거행
올해 처음으로 제주 군·경 최고책임자 참석해 헌화·분향 영령 위로
왼쪽부터 고정화 제주도재향경우회장, 현창하 제주도재향경우회 고문,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역대회장. 사진=고경호 기자
앞줄 왼쪽부터 고정화 제주도재향경우회장, 현창하 제주도재향경우회 고문,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역대회장. 사진=고경호 기자

제주4·3 당시 ‘도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인식 속에 싹 틔운 ‘화해와 상생’의 정신이 8년째 영령들을 위로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오임종·이하 유족회)와 제주특별자치도재향경우회(회장 고정화·이하 경우회)는 2일 신산공원과 제주4·3평화공원에서 ‘화해와 상생 선언 8주년 기념 합동참배’를 거행했다.

유족회와 경우회는 4·3을 반으로 가른 이념의 잣대 속에 수십년 동안 등을 돌리고 살아왔다.

그러다 2013년 5월 유족회 제주시지부회 및 서귀포시지부회 창립 기념행사에 경우회 회원들이 참석한데 이어 다음 달 6일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 유족회 회원들이 참석하면서 서로에 대해 반세기 넘게 닫혀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

결국 유족회와 경우회는 같은 해 8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하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역사적인 여정의 동행자가 됐다.

특히 올해 합동 참배는 강황수 제주지방경찰청장, 박성순 해병대 제9여단장, 곽광섭 해군 제7기동전단장 등 도내 군·경 최고 책임자들이 참여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정신이 더욱 부각됐다.

8년 전 당시 경우회장으로서 화해와 상생 선언을 이끌었던 현창하 경우회 고문은 이날 4·3 영령들에게 헌화·분향한 후 위패봉안실에 들어서서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현 고문은 “4·3 당시 도민들은 이 편, 저 편 상관없이 모두가 피해자다. 4·3의 광풍이 각자의 상황을 갈라놓았지만, 목적은 양쪽 모두 같았다. ‘살기 위해’ 바로 그 것”이라며 “유족회와 경우회는 이념의 잣대 안에 갇혀 서로를 미워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인식에 공감하면서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하고 있다. 경우회는 앞으로도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임종 유족회장은 이날 합동 참배의 의미를 ‘후대’에 뒀다.

오 회장은 “올해 4·3특별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4·3 역사는 크게 진전했다. 이어 오늘 합동참배 역시 처음으로 제주 군·경 수뇌부가 모두 참석해 영령들을 위로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더했다”며 “4·3 역사의 진전, 그리고 완전한 해결을 향한 걸음들은 결국 후대를 위한 노력이다. 4·3의 역사와 의미를 후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유족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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