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형량 지났는데 왜 70년째 못 돌아오시냐”
“2년 형량 지났는데 왜 70년째 못 돌아오시냐”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1.07.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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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 법원 기소돼 억울하게 옥살이한 4·3수형인 9명
29일 유족 등 통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 제출
미군정 포고령과 이승만 정부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누명을 쓰고 일반재판에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던 4·3 수형인 9명의 유족들이 29일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미군정 포고령과 이승만 정부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누명을 쓰고 일반재판에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던 4·3 수형인 9명의 유족들이 29일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벅찼던 조국 광복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억울하게 철창에 갇혔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제주4·3 수형인들이 혈육을 통해서나마 명예회복에 나섰다.

1948년부터 1950년 사이 미군정 포고령과 이승만 정부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누명을 쓰고 일반재판에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던 4·3 수형인 9명이 29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날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대표 양동윤·이하 4·3도민연대)와 함께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9명의 유족들은 무려 70여년 만에 대한민국 법정을 향해 명예회복을 위한 ‘제대로 된’ 판결을 다시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9명은 앞서 지난 5월 20일 재심을 청구한 24명과 마찬가지로 4·3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1947년 3·1 발포사건과 4·3의 광풍 속에 군경에 체포돼 일반재판에 기소됐다.

이들의 죄목(형량)은 ▲고명옥(구좌읍 덕천리) 포고령 2호 위반(징역 1년) ▲박원길(구좌읍 덕천리) 포고령 2호 위반(징역 6월) ▲이재인(구좌읍 덕천리) 국가보안법 위반(금고 2년) ▲박갑돈(구좌읍 덕천리) 국가보안법 위반(금고 2년) ▲한순재(성산읍 고성리) 포고령 2호 위반(징역 1년 6월) ▲변병출(한림읍 동명리) 국가보안법 위반(징역 2년) ▲고윤섭(제주시 봉개동) 국가보안법 위반(징역 7년) ▲강동구(안덕면 동광리) 국가보안법 위반(징역 1년) ▲장임생(대정읍 보성리) 포고령 2호(징역 3년) 등이다.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4·3도민연대와 함께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9명의 유족들은 대한민국 법정을 향해 명예회복을 위한 ‘제대로 된’ 판결을 다시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사진=고경호 기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4·3도민연대와 함께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9명의 유족들은 대한민국 법정을 향해 명예회복을 위한 ‘제대로 된’ 판결을 다시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사진=고경호 기자

1945년 9월 7일 당시 태평양 방면 미국 육군총사령관인 더글라스 맥아더 대장이 서울 상공에 뿌린 포고령 2호에는 공중 치안 질서를 교란한 자, 정당한 행정을 방해하는 자를 군법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한 후 사형 또는 엄벌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1948년 12월 1일 이승만 정부 당시 제정된 국가보안법에도 정부를 참칭하거나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하는 자 등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당시 포고령 2호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제주도민 대부분 아무 죄 없이 군경에 체포돼 기소됐지만 ‘내란 방조’ 등 무거운 죄를 뒤집어쓴 채 철창에 갇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변병출씨의 유족 변수방씨는 “아버지는 2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왜 70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시냐”며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피력했다.

양동윤 대표는 “아홉 분의 피해자들은 각각의 수형생활 중 형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까지 행방불명인 분들도 계시다. 4·3특별법이 제정돼 22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명예회복도, 희생의 진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4·3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한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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