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설득
어떤 설득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2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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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식(시인·조엽문학회 회장)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도 외모가 초라하게 보여서 슬그머니 무시하기도 한다. 기백이 넘쳐 당당할 때는 다툼을 피하느라고 비위도 맞추면서 상대방을 배려했는데 엄격하셨던 아버지도 만만하게 대하게 된다.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는 그 권위 좀 내려놓으시라는 대물림의 엄격이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을 서두에 올린 것은 행여 비정한 부분도 있음을 염려한 저의이기에 양해를 구하려는 태도이다.

어느 부모나, 남편이나 아내도 다 헌신적이고, 가족을 대하는 마음씀씀이가 최선이 최상이지만 배려하지 않아서 상처를 가슴에 품기도 한다. 이유로는 올바른 조언이 묵살되어 그 시기나 그 환경이 이미 아무 소용이 없음에도 서로의 원한이나 무시로 빚어진 상처, 실질적인 금전 관계 등으로 여기된 미완성을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풀어서 해원을 이루어야만 떠나는 자나 남는 자도 후련한 마음이 된다는 뜻을 밝히려는 경우가 있다.

늙어서 너그러워졌음을 감지하였으니, 작심하고 그 동안 숨겨두었던 사연이나 사건을 꺼내들고는 화해의 장을 펼친다. 화해라고 했지만 일방적인 통고나 그 동안의 행적을 소상히 자백하라는 강요이거나, 상대방의 어리서은 판단으로 인한 과오를 깨끗하게 뉘우치라는 강요의 현장으로 끌어들일수 도 있다.

그때 그랬지 않느냐? 그래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 이 결말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라. 물론 화자 입장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상대의 뉘우침을 온전히 받아들이고는 없던 일로 처리하려고 하지만, 청자의 입장에선 상당히 곤욕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온화한 말투로 케케묵은 엣날 일을 다시 꺼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묻고는 우리 다시는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라는 타협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진정으로 화합을 원한다면 여기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한다. 인생은 미완성이 곧 완성이니까.

그런 의미로, 사랑 고백을 주고 받을 때도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듯이 관점이 다른 부자지간, 성격이 다른 부부지간, 이익을 위해서는 혈연도 불사하는 형제지간에서도 애써 너그러움을 지니고 서로 긍적적인 사고로 타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외동딸을 금이야 옥이야 키워서 대학교 졸업까지 시키고 잘 나가는 회사에 취직도 되어서 결혼할 짝을 잘 구해주면 만사가 좋아질 것인데 그만 딸은 백수인데다가 전과 경력이 있는, 막돼먹은 남자와 사귀고 있음을 알고는 아버지가 애걸복걸 설득해도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아버지가 딸에게 원하는 시각은 진선미 중에서 선에 해당한 사회 통념인데 딸의 안전된 삶을 원하는 거고, 딸은 사귀는 남자의 사회적인 신분보다는 미남인데다가 야성미 넘치는 마력에 빠져 있는 상태이므로 관점이 다르다. 그래서 설득을 못한 것은 딸이 입장에선 진선미 중에 미적 요소를 중시하고 있음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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