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배낭 하나 들고…세 번째 인도 여행 시작
카메라와 배낭 하나 들고…세 번째 인도 여행 시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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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북인도를 가다(1)
뉴델리에 있는 인디아 게이트.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인도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42m 높이의 거대한 위령탑으로 8만5000여 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뉴델리에 있는 인디아 게이트.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인도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42m 높이의 거대한 위령탑으로 8만5000여 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세 번 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나라 
어느 여행가는 인도를 세 번 가면 아마도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데 참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는 인도를 잘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리 다녀도 인도의 겉모습만 봤을 뿐 아직 그 속살은 들여다보지도 못했답니다.

인도 여행 한 달은 미니멈에 가깝다고 합니다. 가는 곳마다 문화와 색깔이 달라 인도 대륙의 엑기스를 찾아 여행하려면 최소한 몇 달은 돌아다녀야 비로소 ‘아~인도가 이런 나라구나’ 하고 초보적인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서인도를 통해 인도를 처음 접했고, 이어 몇 년 후 다시 남인도를 20여 일 돌아봤지만, 주마간산(走馬看山)이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떠나는 여행 때가 되면 가장 먼저 눈앞에 아른거리는 지역이 바로 인도입니다. 여행 도중 만났던 눈이 크고 순박한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찬란한 문화유적들 모습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꼭 다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리 쉽게 떠날 수 없는 게 바로 인도 여행입니다.

“갈 곳이 많은데 왜 다녀온 나라를 다시 가느냐”고 말하는 여행가들도 있습니다. 물론 뚜렷한 목적 없이는 다시 갈 이유야 없지만, 한 번 가서 될 여행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이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는 어느 오지를 가볼까’ 하고 책자를 찾는데, 북인도에 함께 가자며 백기돈씨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사진을 인연으로 만난 백기돈씨는 세계 여러 지역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는 여행사진작가라서 만날 때마다 좋은 여행 정보를 듣고는 합니다. 몇 년 전 북인도를 다녀왔는데 사진 찍는 사람에게 정말 인상적인 여행지라며, 이번에 배낭여행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보고 싶은데 함께 가자는 그의 제안을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승낙했습니다.

배낭여행, 교통과 숙소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찾아다니는 여행이 지금 나이에는 힘들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오히려 사진을 목적으로 한 여행으로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초조한 마음으로 출발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일행이 꾸려지고, 가이드 없이 진행하는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경유지 공항에서 게이트 찾느라 고생하며 겨우 인도공항에 도착했더니 언제나 그렇듯 길게 늘어선 입국 심사가 짜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당시는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에 유행할 때라서 공항에서 기침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는 했습니다.     

12세기 말 인도 최초의 이슬람 왕조의 술탄 꾸뜹우드딘 에이백이 델리 정복을 기념해 세운 승전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2세기 말 인도 최초의 이슬람 왕조의 술탄 꾸뜹우드딘 에이백이 델리 정복을 기념해 세운 승전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사랑의 도시’ 아그라
델리의 한 여행자 숙소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바로 ‘사랑의 도시’ 아그라로 출발하는데 인도 기차역은 마치 전쟁터와 같답니다. 지난번 서인도를 찾았을 때는 여행사에서 모두 처리해주니 어렵지 않게 기차를 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수많은 인파가 꽉 들어찬 대합실이며 기차 타는 곳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 이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이곳 기차는 승객이 타든 말든 시간이 되면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빨리 타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는 말에 배낭과 가방을 들고 죽을힘을 다해 기차에 오르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도 겪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델리 시내를 빠져나간 기차가 속도를 내자 ‘이제 세 번째 인도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북인도는 어떤 곳일까. 정말 마음에 평온을 주는 여행일까’ 기대하며 도착지 아그라 지역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아그라는 인도의 마지막 봉건 왕조였던 무굴제국의 수도이자 인도의 상징인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로 약 200년간 인도 대륙을 호령했던 고도랍니다.

인도 여행의 필수 방문지로 유명한 아그라, 새벽녘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숙소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인도의 어느 도시를 가든지 사람들로 붐비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옛날의 영화로웠던 시절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도심 곳곳 찬란한 문화유적이 남아있어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타지마할로 가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길거리에서 한참을 기다려 겨우 문 앞에 도착했지만, 카메라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해 짐을 모두 맡겨야 했습니다. 인도 대표 유적지라서 그런지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초만원입니다. 인파에 떠밀리다 보니 어느새 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순간, ‘와~타지마할.’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북적이는 인파로 복잡한 델리의 기차역.
북적이는 인파로 복잡한 델리의 기차역.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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