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영화와 피해 배상, 제주학살의 미국 문책 문제 
4·3 영화와 피해 배상, 제주학살의 미국 문책 문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21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논설위원

1988년부터 제주학살(1947~1954)의 진실과 정의 찾기에 나선 대장정에 참여해왔다. 수많은 이들에게 전화하여 피해 유족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데 같이 해 주십사 호소를 하며 견뎌 왔다.

4·3의 정명은 처음부터 문제였다. 40년 만에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토론회의 사회였던 필자가 던진 질문은 일본 유명 신문에 단신으로 소개될 정도였다.

4·3 제50주년 범국민 추념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처음으로 4·3 진상규명과 피해배상법(안)을 제기할 때만 해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그렇게 빨리 통과되리라곤 기대하질 못했었다. 그러나 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의 일치된 합심 덕분에 기적이 일어난 듯이 4·3특별법은 통과, 시행되었고 끝내 대통령 사과까지 받아내었다. 

이제 4·3 정명 문제만큼 남아 있는 숙제라면 4·3 영화와 피해 배상, 제주학살의 미국 문책사업, 배제된 희생자 권리회복 등이라고 집약할 수 있다.

4·3의 진실과 정의 찾기 활동을 ‘4월 3일 운동’이라고 불러본다면 이 성스런 사업 진전에 많은 4·3 문화예술작품과 그 창작자들의 참여와 헌신을 들지 않을 수 없다. 4월 운동을 잉태한 소설 작품, 그림, 사진, 영화, 연극 등등…. 

이번에 기술 시사회를 가진 양정환 감독의 4·3 영화 ‘깅이’ 역시 이런 흐름을 열어가는 너무나 진지하고 야심 찬 도전이다. 양 감독은 지난 6년 동안 모든 수입을 쏟아 부어 3편의 4·3 영화를 이미 제작, 보급했다.

이번 4·3 영화 ‘깅이’는 그 기발한 기획과 상상 밖의 반전, 파격적 영상 등 그 4·3 영화 4부작의 완결편이라고 부를 만하나 제작비 부족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부, 출자를 기대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많은 4·3 피해 유족들과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제주학살 피해 배상 등을 위한 연구용역 작업은 이미 많은 이들의 자문과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치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4·3개정법에서 등장한 ‘위자료’를 좁은 의미의 위자료(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뿐만 아니라 적극적, 그리고 소극적 손해배상금을 포함하는 배상금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2021년 하반기에 이런 피해회복 취지가 반드시 4·3법 보완 개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4·3 현행법의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을 강구한다”라는 조문보다는 “보상/배상을 시행한다”라는 조문을 입법함으로써 본래의 피해회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4·3 피해 배상 입법이 이루어짐으로써 제주학살 피해회복과 이행기 정의 확립은 유족들에게 어느 정도의 위로와 만족감을 안겨 줄 것이다. 이런 획기적 성과를 앞당기는 데 일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의 일련의 노력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섬학회가 벌인 4·3 국제화사업에 참여하며 2014년부터 미국을 오갔다. 필자는 2016년에 뉴욕대에서 제주학살에 대한 강연을 했다. 2018년엔 시카고 대학에서 미국 학생과 연구자들 앞에서 제주학살(1947~1954)에 대한 미국 책임을 묻는 발표를 했다. 마크 다카노 미 하원의원을 직접 만나 제주학살의 참극을 전하고 제주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2019년 펜실베이니아 회의에서 북촌리 유족은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만약 돌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2020년, 2021년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더라면 더 나은 결과를 도모했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저명한 국제인권법학자들과 함께 온라인 회의를 열어왔다. 그리고 미국에서 제주출신 인사들이 모여 추모 및 기념사업을 추진할 유족 모임을 결성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제주학살 피해회복을 위해 미국 책임을 묻기 위한 본격적 논의가 진척될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없던 길을 개척하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면서 찾게 된다는 믿음으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