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좀 꺼 주실래요?
음악 좀 꺼 주실래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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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다층 편집주간

소음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의미하며, ‘듣기 싫은 소리’를 뜻한다.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하면 소음이란 ‘기계·기구·시설, 그 밖의 물체 사용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강한 소리’라고 한다.

인간이 생활하면서 듣게 되는 수많은 소리가 있는데,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가 있다. 전자를 일러 백색소음이라 하고, 후자를 흑색소음이라고 한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백색소음(白色騷音), 백색잡음(白色雜音) 또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는 물리적으로 전도체 내부에 있는 이산적인 전자의 자유 운동으로부터 야기되는 잡음으로, 1926년 벨 연구소 재직 중 처음으로 이것을 구분하고 특징을 규명한 John Bertrand Johnson의 이름을 따서 존슨 노이즈(Johnson Noise)라고도 한다.

백색소음은 처음 들을 때는 시끄럽지만, 오래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계곡 물소리, 숲 바람 소리, 산새 소리, 빗소리, 파도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많다. 

반면에 흑색소음은 처음부터 거부감이 드는 소리다. 들을수록 불쾌감이 증가하고 마음까지 불안해지는 소리다. 그릇 깨지는 소리, 공사장의 굴착기 소리, 항공기 소음, 급브레이크 소리, 시위 현장에서 지르는 구호나 북이나 꽹과리 소리와 같은 인위적인 소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아주 귀에 거슬리고 마음이 불안해진다.

제주시내에서 가까운 사라봉과 별도봉은 언제 가더라도 수많은 사람이 찾는 산책과 운동의 명소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실내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찾는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푸르름이 가득한 산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자주 찾는다. 

걷다 보면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몸과 마음을 씻어주기도 하고, 이따금 직박구리나 참새, 더러는 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아침이면 온갖 풀잎이 돋아나는 소리나 꽃비 벙그는 소리마저 들릴 듯하여, 굳이 인간이 만든 음악이 아니어도 귀 호강을 할 수 있는 자연의 소리가 있기에 평화로워진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따라온 사람이 시끄럽게 음악을 들으며 따라온다. 관광버스에서나 들을 법한 흘러간 대중가요를 틀어놓고 따라오는 소리에 짜증이 확 밀려온다. 모든 새들이 귓가에서 달아나고, 불어오는 바닷바람마저도 멈추고 말았다. 조금 있으니 갑자기 산사를 옮겨 놓은 듯이 염불 소리가 우렁차다. 깊은 생각에 잠겨 백색소음을 들으며 마음을 씻고 있는데, 훅 들어온 흑색소음으로 인해 순식간에 마음의 평화가 박살 나고 만다.

주로 나이가 지긋한 중년층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종종 지나는 사람들 다 들으라고 음악을 들으면서 지나간다. 자신들이 듣기 좋으면 남들도 듣기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좋아해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생각 같아서는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르며 따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되레 내 기분이나 감정은 더 엉망이 되고 짜증은 증폭될 터이니, 걸음을 재촉하여 빨리 앞서 가주기를 바랄 뿐이다. 듣고 싶으면 이어폰을 끼고 혼자 들으면 될 일이지, 굳이 소리를 양껏 키우고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주말에 올레길을 걷거나 오름을 오를 때, 한라산 등반길에도 이런 상황은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백색소음을 뚫고 들어오는 흑색소음을 피할 곳은 정녕 없는 것인지. 제발 자연을 찾아갔을 때는 흑색소음은 지우고 다닐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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