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선량함
여론과 선량함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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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 철학과 교수·논설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 가운데에서 세 학기를 마무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서 백신 혜택 등 면역 정책으로 전환하는 국면을 지켜보면서 다음 학기에는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백신 혜택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좀 지나는 동안 백신 수급 우려와 그에 따른 볼멘소리가 대부분인 걸 보면 면역으로 연착륙한 듯해서 그렇다. 세계가 팬데믹 이전 일상 66%를 회복했다는데, 우리는 73%를 회복했다는 낭보도 반갑다.

돌이켜보면 행복이란 먼 데 있지 않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아 나선 파랑새가 고생 끝에 돌아온 집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꼭 어울리는 금언이다. 인공지능(A.I.)이니, 제4차 산업혁명이니, 언텍트(untact)니 하는 말들을 앞으로도 한동안은 들어야 하겠지만,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은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는 일상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교의 덕목인 중용(中庸)은 우주만물의 원리이면서도, 사람이 먹고 사는(飮食男女) 일상의 원리로 설명된다. 우리 모두가 돌아가고 싶은 그 일상 말이다.

이쯤 되면 팬데믹으로 움츠러들었던 몸을 쭉 펴도 될 듯싶다. 뒤늦은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백신 혜택에 따른 휴가 계획도 세워봄직하다. 때마침 제1야당 대표 선출 흥행에 이어 여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범야당 대통령 선거 후보군의 출마 선언 등이 이어지고 있으니 예전 일상의 73%를 회복했다는 분석이 피부로 느껴진다. 유행가 제목처럼 ‘준비 없는 이별’ 탓에 정신없이 치러졌던 제19대 대통령선거와 인수위조차 꾸리지 못한 채 당선 다음 날 시작되었던 현 정부의 출범을 기억하면 ‘계획’과 ‘준비’가 더더욱 필요하다.

우리 일상처럼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터라 조심스럽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일찌감치 대선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는 계속되었다. 엎치락뒤치락했고, 지금도 그렇다지만 아직은 본선 출전 명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말 그대로 열린 결말이요, 여론의 현재 추이이지 판세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추이가 어떤 결말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조사하고, 공표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여론의 조사와 공표에도 일상으로 돌아갈 계획과 준비에 못지않은 성실성이 필요하다.

여론(與論)이라고 하면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다른 이의 장점을 잘 칭찬했고, 능력도 뛰어나서 공자보다 더 낫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면 괜찮은 사람인지를 묻자, 공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면 괜찮은 사람인지를 물었는데, 공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 사람은) 올바른 이들은 좋아하고, 올바르지 못한 이들은 미워하는 사람보다는 못하기 때문이다.”

자공은 “민심이 천심”이라는 상식을 확인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러한 상식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통한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라면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적어도 선거 때만큼은 말 그대로 절실한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란 없다. 모두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자는 이것을 꼬집었고, 그것을 알아들은 자공은 질문을 바꾼다. “욕망보다 이상, 권리보다 의무를 내세워 모두에게 미움받는 성인(聖人)이 되어야 합니까?”

공자의 대답은 간단하지만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 “바보야, 문제는 선량함이야!”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선량한 시민, 올바른 사람이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개인의 욕망과 진영의 논리에 매몰되어서 선(線)을 넘지 않기 때문에 쉬이 속지도 않을뿐더러 법도 필요 없다. 그래서 선량한 시민, 올바른 사람의 선택은 늘 참되다(誠). 그러니 선택을 앞둔 지금은 스스로에게 “나는 올바른 사람인가?”를 되물어야 할 때다. 개인의 욕망과 진영의 논리를 지키려고 선을 넘나드는 일이야말로 두고두고 낯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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