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지은의 도전정신
가수 양지은의 도전정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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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정 제주대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준 TV 프로그램으로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2를 들 수 있다. 미스터트롯 톱6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미스트롯2 가수들도 이들을 따라가고 있다.

특히 미스트롯2에서 제주 출신의 양지은 가수가 극적으로 영예의 왕관을 거머쥐었을 때의 감동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엄마들에게도 희망의 끈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둘이 있는 주부임에도 불구하고 양지은 가수는 과감하게 도전에 나섰으며, 중도에 탈락하는 시련도 있었지만 극적으로 추가자격을 얻고 대망의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럼 그녀의 성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양지은 가수는 효녀라는 이미지와 결부되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뜻밖의 성공과 발견을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뒷면에는 수많은 도전과 좌절, 피와 땀이 엉클어져 있을 것이다. 

그녀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20대 초반에 아버지를 살리기 위하여 선뜻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어주었다고 한다. 수술 후에 배에 힘이 없어 노래하기가 어렵게 되면서 가수의 꿈을 포기하였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버지에게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위안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에서 효녀가수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효녀가수라는 이미지만으로는 가수로서 성공하기 어렵다. 그녀의 성공은 국악으로 단련된 탄탄한 노래 실력과 가수에게 필요한 자신만의 음색을 겸비하였다는 점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가수만이 갖고 있는 음색이 심금을 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이 갖고 있는 청정 암반수 같은 청아한 음색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실력과 음색이 갖추어졌더라도 과감한 도전이 없었더라면 재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경연 20시간을 앞두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사람들이라면 거절하거나 포기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임을 인식하고 혼신의 노력을 통해 20시간의 기적을 완성하였다. 결과적으로 미스트롯 진이라는 영예를 안고 제주를 대표하는 가수로 우뚝 서게 되었다. 

최근 도내의 대학생을 볼 때마다 과감한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1970~1980년대 도내의 대학생들은 고생하더라도 육지로 나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그때에는 직장이 안정적이기도 했지만, 제주에는 일자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IMF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육지에 나가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기보다는 도내에서 그럭저럭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편하게 산들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년기에 인생의 도전을 하지 않고서 언제 다시 도전을 할 것인가? 늙고 기력이 쇠약해진 다음에 험난한 파도와 맞서 싸울 것인가? 해답은 명확하다. 

청년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도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인 것이다. 인생의 거친 파도가 휘몰아친다고 처음부터 험로를 두려워해서 어찌하겠는가?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도 못 산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선조들은 젊어서의 고생과 도전을 값진 자양분으로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이들이 도전에 움츠리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도전과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거나 안정된 직장에 대한 부모의 바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사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일본어로 사토리는 ‘득도(得道)’라는 뜻으로, 사토리 세대는 도(道)를 터득한 사람처럼 돈, 결혼, 집, 차 등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세대를 지칭한다. 일본의 경기가 계속하여 침체되는 이유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집,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한 N포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도전에 대한 망설임이 있을 뿐 도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그러나 목마름마저 충족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젊은이들도 점차적으로 일본의 사토리가 되지 않을까?

제주의 젊은이들이여 과감한 도전정신이야말로 여러분에게 주어진 특권임을 인식하자.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도전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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