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 힌두교 성지를 향해 발걸음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 힌두교 성지를 향해 발걸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7.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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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 힌두교 성지 코사인쿤도를 찾아서(1)
힌두교 성지인 코사인쿤도로 향하는 트레킹을 시작하고 나서 종일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다가 가파른 산 능선에 도착하니 멀리 랑탕 히말이 마치 그림처럼 아련히 보인다.
힌두교 성지인 코사인쿤도로 향하는 트레킹을 시작하고 나서 종일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다가 가파른 산 능선에 도착하니 멀리 랑탕 히말이 마치 그림처럼 아련히 보인다.

■ 고개 넘을 때마다 마을이… 
강진곰파에서 첫날 숙소였던 라마호텔까지 반나절 만에 오는 게 무리였던지 모두가 피곤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밖으로 나와 오늘 갈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얼마나 가파른지 끝을 쳐다보려면 고개를 뒤로 꺾어야 볼 수 있는 산길을 이틀 동안 오른다니 보기만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나흘 동안은 계속 이같이 급경사지 산길을 오른다고 해 걱정이 앞서지만, ‘오르다 보면 오르겠지’하는 심정으로 출발합니다. 

트레킹은 모험의 동의어로 사용됐지만, 요즘은 위험성이나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성숙과 치유를 위해 즐기는 트레킹족이 많다고 합니다. 쳐다보면서 겁을 먹는 것보다 직접 오르며 느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돼 좁은 농로를 지그재그로 걷기도 하고, 깊은 계곡을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새 산 중턱지점에 있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마을에서는 네팔 사람들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랑탕지역 트레킹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네팔 어느 지역 사람들보다 따뜻한 미소를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조용히 웃으면서 반겨주는 모습을 보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오래 걷다 보면 스스로 겸허해지는 마음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합장하고 깊숙이 고개를 숙여 “나마스테”하면 큰 눈에 밝은 미소로 합장하며 반겨주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구불구불 마을 안길을 돌다 작은 학교를 만나 잠시 쉬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어릴 적 추억에 잠겨보는 여유도 가져 봅니다. 트레킹에 나서기 전에 “학용품을 가져가면 좋다”는 말을 듣고 가져온 볼펜을 나눠줬더니 이내 밝은 미소로 화답합니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뒤로하고 마을을 벗어나자 전나무 숲을 만났는데, 하늘을 덮어버릴 만큼 자란 전나무 사이를 걸으며 랑탕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에 빠져들었습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니 전나무 숲이 끝나고 큰 나무가 우거진 숲이 나옵니다. 숲이 너무 우거져 사방이 어두컴컴해 금방이라도 야생동물이 튀어나올 것 같아 빨리 걸었더니 숨이 차오릅니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돌로 쌓은 탑이 보입니다. 뒤에 오는 일행들 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너무 서두르다가 모자는 또 어디서 떨어졌는지, 가파른 고개에 올라서자 그곳에 집 한 채가 보여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집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 텃밭에는 네팔 토종닭들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마치 우리네 시골 느낌입니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그동안 밀린 기록을 하며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집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말이 안 통하지만, 웃음으로 이야기하듯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을 때 일행들이 도착했습니다.

트레킹 도중 고개를 넘을 때마다 어김없이 마을이 나타난다. 네팔 사람들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트레킹 도중 고개를 넘을 때마다 어김없이 마을이 나타난다. 네팔 사람들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 “오늘 백숙 만찬 어때요?”
가이드가 오자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이 얼마나 남았고, 길 상태는 어떤지 알아보는데 일행 중 한 분이 집 주위를 돌아다니는 닭을 가리키며 “저걸 사서 오늘 백숙 만찬을 즐기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자 모두가 “좋지요”하고 반깁니다. 즉석에서 흥정이 벌어졌고, 일행 모두 토종닭 요리를 기대하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집주인은 이제부터 길은 가파르지 않고 밋밋하다고 알려주며 “그래도 고산이니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해발이 꽤 높은 곳인데도 거대한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이어집니다. 일행들은 힘든 기색 없이 상기된 표정인 것을 보니 오늘 밤 만끽할 토종닭 만찬을 잔뜩 기대하는 듯합니다. 여행할 때 그것도 이런 오지를 트레킹할 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신비로운 것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을 먹을 때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마치 오솔길 같은 숲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숲을 벗어나자 키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넓은 벌판 같은 산 능선에 트레커들의 숙소인 롯지 마을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또 다른 코스로 코사인쿤도로 가는 길의 합류 지점이라 롯지가 많고 언덕에 올라서면 랑탕 히말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해가 질 때의 랑탕 히말을 촬영하고 싶지만, 오늘 너무 가파른 길을 걸어 힘들고 내일부터는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는 말에 촬영을 포기했습니다. 밤이 되자 그토록 기다리던 네팔 토종닭 백숙이 푸짐하게 차려졌고, 제주에서부터 힘들게 들고 간 한라산 소주로 즐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마을 내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마을 내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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